"테니스 저변확대와 4대 메이저대회 본선에 오르는 선수 육성 2가지를 키워드로 삼겠다."
주원홍(57) 전 삼성증권 테니스 감독이 8년 만에 금의환향했다. 사실 주원홍 이름 석자는 한국테니스와 동의어로 통한다. 한국에서 '테니스를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주원홍하면 테니스, 테니스 하면 주원홍을 떠올릴 정도다. 그런 그가 지난달 30일 제26대 대한테니스협회장에 당선됐으니 고향에 돌아온 것이나 다름없다. 협회 전무이사직을 끝으로 '재야'로 돌아간 지 8년 만에 대권을 잡은 주 회장은 31일 협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 도심에 실내코트 확충과 국가대표 사기진작, 취학 전 아동에게 놀이를 통한 테니스 보급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침체된 한국테니스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좋은 선수를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전임 조동길 회장체제에서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진출,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눈부신 성적을 거뒀으나 최근 성적이 부진해 '올림픽에도 못나가는 종목'이라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겠다. 주니어 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직 테니스 프로그램은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또 선수 은퇴후의 진로 대책도 마련하겠다. 운동을 통해 미래가 보이면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꿈나무들이 도전할 것이다. 지도자 교육도 챙길 것이다. 지도자 잘못 만나 꽃을 피우지 못하는 선수를 많이 봤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도자 양성 교육, 기대해도 좋다."
-서울시에서 장충 코트를 민간기업에 입찰을 추진하고 있는데.
"당장 내일부터라도 서울시를 찾아가 '다른 각도에서 봐달라'고 설득할 것이다. 마침 시체육회 실무부회장을 맡고 있어 결과를 낙관한다. 나아가 도심 코트를 확충해 접근성을 높이겠다. 인구수에 비해 코트면이 턱없이 적다. 레슨 대기자만 200명 이상이 보통이다. 시장은 있는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것과 같다. 서울시와 기업으로부터 후원, 기부체납 방식으로 부지를 제공받고 협회가 운영하는 시스템이면 가능하다."
-국내 대회는 많지만 메이저급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선수권을 서울에서 개최해 메이저대회로 격상시키겠다. 세계랭킹 4위까지 오른 일본의 기미코 다테가 전일본선수권 타이틀을 손에 넣고 싶어 코트에 복귀한 것처럼 권위와 상징성을 갖춘 대회로 키우겠다. 명색이 한 국가의 이름을 넣은 타이틀이 어디서 열리는지도 모르고, 관중이 없다면 모든 테니스인들의 망신이다."
-출연금 5억원을 약속했지만 프로리그 창설에 많은 재원이 필요할 텐데.
"기업협찬과 정부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내가 맨 먼저 뛰겠다. 삼성증권 테니스단을 만들 때도 5차례 거절당했으나 결국 성사시켰다. 스포츠 토토 대상종목 진입도 한 방법이다. 장충코트 문제가 풀리면 본격 팔을 걷어 부칠 것이다. "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 수많은 후배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것만으로 족하다. 욕심을 내자면 테니스 문화수준을 한 단계 높인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
■ Who is 주원홍
주원홍 신임 회장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중공업 선수를 거쳐 29세 때 제일생명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다. 이어 삼성물산, 삼성증권 테니스단을 창단하고 국가대표팀을 지도하면서 박성희 윤용일 이형택 조윤정을 길러내 모두 메이저대회 본선에 오르게 했다. '선수 관상'을 볼 줄 안다는 주 회장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도 '너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라는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 넣어야 한다"고 말한 뒤 "기를 살려주는 것이 감독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1992년 국내 유일 테니스 전문잡지 테니스코리아를 창간해 21년째 발행인을 맡고 있다. 이밖에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 실업테니스연맹 부회장, 한국테니스 지도자협회장, 테니스 꿈나무 육성위원장도 역임하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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