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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2월 4일] 렉서스 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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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2월 4일] 렉서스 차로

입력
2013.02.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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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디즈니랜드에 가면 급행 티켓을 살 수 있다. 일반 티켓보다 많은 돈을 주고 급행티켓을 구입하면 어떤 놀이시설도 줄을 서지 않고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일종의 '새치기 권리'에 대해 추가요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을 본적은 없다. 하지만 결과만 따져보면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다. 이를 사회 정의의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것에서조차 빈부 격차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통행체계에서도 발생한다. 남산 1ㆍ3호 터널이나 우면산 터널, 인천공항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등이 그렇다. 돈을 내면 다른 차량보다 빠른 속도로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급행료가 아까우면 외곽으로 빙빙 돌거나, 우회도로를 이용하는 불편이 따른다. 따라서 시간과 돈 중에서 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1996년 남산 1ㆍ3호 터널에 대해 혼잡통행료 2,000원을 부과하는 정책이 나왔을 때 잠시 형평성 문제가 제기 되기는 했다.

■마이클 샌델은 에서 유료 급행차로를 '렉서스 차로(Lexux Lanes)'라고 불렀다. 렉서스 같은 고급 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통행료쯤은 부담이 없어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부당한 제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샌델은 또 "경제학자 입장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서는 현상은 낭비이자 비효율적 행동이고, 가격체계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데 실패했다는 신호라는 주장도 있다"고 소개했다.

■민자도로 통행료가 말썽이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익은 대부분 민간사업자가 가져간다. 특히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퇴계원-일산)은 남부구간에 비해 통행료가 2.6배다. 얼마 전 경기 북부지역 9개 시ㆍ군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감사원 등에 통행료 인하 건의문을 전한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서울시 의회까지 나서서 통행료 인하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민자도로의 통행료가 과다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챙겨볼 일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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