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소송이 시작된 1년, 거슬러 올라가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사망 후 25년을 끌어온 삼성그룹의 승계 논란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삼성가 형제간 유산분쟁이 1일 법원 판결(1심)에 따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완승으로 끝남에 따라 이 회장은 실질적이고도 합법적인 삼성의 승계자임을 재확인했다. 반면 이맹희씨는 동생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물려받은 1987년 이후 처음으로 대반격을 시도했지만 그 꿈은 일단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주식을 돌려달라며 이맹희씨가 작년 작년 1월 이건희 회장상대로 소송을 냈을 때, 재계가 주목한 건 단지 4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소송가액은 아니었다. 이 주식이 이맹희씨측으로 넘어갈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변동이 생길 수 있고, 때문에 이 소송은 단순히 '차명주식 인도소송'을 넘어 '삼성그룹 반환소송'성격이 짙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었다.
실제로 법원이 이맹희씨 주장을 받아들였다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일부 넘어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보험지주회사가 될 수도 있었다. 이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하고, 결국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가 위협받을 수 있었다.
삼성 측은 처음부터 이번 소송의 배경엔 이맹희씨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회장이 있다고 봤다. CJ측은 '이번 소송은 어디까지나 이맹희씨 개인소송이며 이재현회장이나 그룹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삼성측은 CJ의 지원 또는 적어도 묵인이 있었다고 추정했다. 좀 더 확대 해석하면 동생(이건희 회장)에게 삼성그룹 후계자자리를 빼앗긴 이맹희씨가 25년만에 삼성의 전부 혹은 일부라도 되찾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송 이후 삼성은 이재현회장에 대한 미행시도, 이맹희씨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공개 비난, CJ측의 선영참배차단 등 다소는 과도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이번 소송을 단순히 재산분쟁이 아닌 삼성그룹 경영권에 대한 위협으로 본 것 같다. 이재용 부회장으로 안정적 승계를 위해서라도 오랜 '적통'논란을 당대에서 그리고 이번 소송을 통해 확실히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심과 3심 등 소송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관문인 1심 판결이 이맹희씨의 완패로 끝남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경영권은 현재대로 유지가 가능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으로 승계에 법적, 정서적 걸림돌도 어느 정도는 제거됐다. 하지만 국내 최대 재벌가의 재산분쟁과 이 과정에서 불거진 거친 언사 및 감정대결로 인해 삼성도 CJ도 국민정서에 반하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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