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5% 빈민가와 해변엔 맨발로 공차는 아이들 흔해축구클럽 700~900개 활동… 프로 등록 선수만 2만7000명한해 1200명 넘게 해외로 진출州리그 4부 팀 선수들도 생업이 축구 하루종일 운동만전 국민이 축구 전문가… 냉혹한 평가에 대표팀 긴장 못 놔
브라질은 '축구 천국'이다.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대륙으로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살지만 축구 하나로 통하는 국가다. 세계 축구는 브라질을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축제인 월드컵에 1930년부터 2010년까지 19개 대회를 전부 참가한 유일한 나라다. 총 5회 우승(1958, 1962, 1970, 1994, 2002)으로 월드컵 최다 우승국이기도 하다. 1950년 이후 두 번째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는 브라질에서 '삼바 축구'의 역사와 의미를 조명해봤다.
'축구의 노래' 희망, 꿈, 아스피린
브라질은 2000년대를 전후해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신흥 경제 4국인 브릭스(BRICs)의 일원이다.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빈민층이 전체 인구의 85%에 달한다. 국민 대부분이 판자촌에서 살며 힘겹게 삶을 영유하고 있다.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축구'다. 브라질에서 교직 생활을 했던 비우말은 "공부로 성공하겠다는 사람이 20%라면 축구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는 8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에서 축구는 곧 희망과 꿈, 아스피린을 의미한다. 역대 최강의 브라질 대표팀으로 꼽히는 1982년 월드컵 멤버인 오스카 베르나르디는 "월드컵은 브라질 국민에게 희망이자 꿈이다. 판자촌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 축구다. 공만 있으면 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고, 사람들은 맨발로 축구를 즐긴다"고 설명했다. 상파울루의 시립 경기장인 '파까엔부'에는 브라질 축구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축구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 브라질 국민들이 '축구공'으로 사용한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 코코넛 과일부터 시작해 병뚜껑과 깡통 등 모든 둥그런 물건들이 공을 차는데 사용됐다. 빈민촌과 해변가에서는 여전히 맨발로 공을 차면서 미래의 축구스타를 꿈꾸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축구는 포르투갈 제국주의와 군사 독재정권 등으로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던 브라질을 치유하는 치료제이기도 하다. 비우말은 "브라질의 슬픈 현실과 역사를 잊게 해주는 게 축구다. 축구를 하는 동안에는 국민들이 현실의 아픔을 잊게 되고 하나로 뭉치게 된다"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 스포츠이자 성공의 지름길
브라질의 축구 기원은 18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축구 박물관의 서적에 따르면 영국 유학을 다녀온 찰스 밀러에 의해서 브라질에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영국 회사의 직원들이 리우 데 자네이루의 파이산두 거리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브라질레이루 데 크리켓 경기장에서 영국의 회사원과 브라질 사람들이 최초로 경기를 한 기록이 남아있다.
브라질은 1930년 제1회 월드컵부터 참가했다. 당시에는 지금의 브라질축구협회처럼 전 지역을 통괄하는 단체가 없어 상파울루 주의 대표 선수들로 구성된 멤버가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만약 1930년부터 온전한 브라질 대표가 탄생했다면 월드컵의 역사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브라질의 축구는 강하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의 사실상 결승전에서 패한 브라질은 실의에 빠졌다. 역대 최다 관중인 19만9,854명이 들어찬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브라질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음에도 1-2로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 사건을 '마라카나조(마라카낭의 비극)'라고 한다. 원래 상하의로 흰색 유니폼을 입었던 브라질은 마라카나조를 계기로 지금의 초록색 선과 노란색의 티셔츠, 파란색 반바지의 대표팀 유니폼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브라질이 '축구 천국'인 것은 프로축구 선수 등록 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파울루 주의 축구 클럽만 127개에 달한다. 각 주리그에 1~4부리그가 있고, 최상위 리그인 브라질 리그도 1~4부가 존재한다. 브라질축구협회에 따르면 브라질의 축구클럽은 700~900개로 알려졌다. 프로축구 선수 등록 수만 해도 2만7,000명이다. 2012년 7월 기준으로 608명의 프로축구 선수 등록이 된 K리그와 비교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선수층이다. 상파울루 지역의 축구 관계자인 카를로스 아르마디는 "주 리그의 4부 팀 선수들도 생업이 축구다. 이들은 축구로 성공하기 위해 하루 종일 공을 찬다"고 말했다.
펠레부터 네이마르
브라질은 '축구황제' 펠레의 국가다. 펠레는 브라질 국민의 우상이다. 1958년 펠레의 활약으로 브라질이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후 축구는 '국기'로 자리잡았다. 오스카 베르나르디는 "월드컵 우승 이후 브라질 국민 모두가 축구를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1970년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고 ぜ?국민들의 축구 사랑은 더욱 강렬해졌다"고 말했다. 펠레는 모든 축구인의 롤모델이 됐다. 이후 지쿠, 호마리우,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등의 슈퍼스타가 탄생하면서 국민들의 우상이 바뀌었다.
브라질에서 한 해 동안 외국클럽으로 이적하는 선수가 1,200~1,500명에 이른다. 이로 인해 축구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엄청나다. 현재 브라질에서 최고의 스타는 네이마르 다 실바(산토스). 모든 어린이가 '제2의 네이마르'를 꿈꾸고 있다. 네이마르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유럽으로 이적하지 않고 브라질 산토스에서 뛴다는 약속을 지켜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브라질은 네이마르를 붙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네이마르는 산토스에서 180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리고 각 지역의 1부리그 선수들에게도 최소 2억4,000만원의 고연봉이 보장되면서 브라질은 유명 선수들의 해외 이탈을 막고 자국 리그의 흥행과 발전에 힘쓰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의 루카스 모우라(파리 생제르망)는 지난해 650억원이라는 역대 브라질리그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유럽으로 진출했다. 브라질 국민들은 네이마르가 2014년 이후 1,000억원에 가까운 이적료로 해외에 진출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냉혹한 시선과 평가가 브라질이 세계 정상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오스카는 "국민들 중 절반이 브라질 대표팀에 항상 불만을 토로한다. 모두가 축구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냉혹하게 대표팀 경기력을 평가한다. 이런 무서운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기에 브라질은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상파울루=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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