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으로 1일 전해지면서 3차 핵실험에 대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미일 3국이 위성 등 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풍계리의 핵실험 준비 상황을 면밀히 관측하기 시작하자, 북한이 막바지 준비 상황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교란하기 위해 위장 전술을 펴고 있는 것이다.
풍계리 만탑산 서쪽 2번 갱도 입구에 설치된 가림막은 북한이 지난달 30일쯤 세운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당시는 인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대형 트레일러가 갱도 주변을 오가는 정황이 포착된 시점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핵실험 시점이 다가올수록 갱도를 드나드는 인력과 장비의 움직임이 증가하기 마련"이라며 "가림막 설치는 핵실험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 같은 위장 전술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당시 톡톡히 효과를 봤다. 당시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 대형 가림막을 설치한 뒤 로켓을 조립했다.
특히 위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발사대에 세워진 로켓을 해체하는 듯한 눈속임도 동원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고, 발사 이후에야 부랴부랴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때문에 대북 정보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도 만탑산 동쪽 1번 갱도 입구에 가림막을 설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한미 정보당국은 풍계리 외에 자강도의 시중군과 동신군 등 5~6곳을 핵실험 후보지로 예상하고 대북 감시망을 분산하던 상황이어서 가림막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때 북한 당국은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았다. 북한은 당시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을 예고하며 긴장을 조성했지만 2차 핵실험을 이틀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남측의 추도기간에 핵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상황 인식이 팽배한 시점이었다.
따라서 북한의 가림막 설치는 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감시가 강화된 데 따른 자구책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핵실험은 지하에서 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데도 북한이 가림막까지 설치한 것은 조금이라도 국제사회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