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승한 이건희 회장 쪽이나 완패한 이맹희씨 쪽이나 1심 판결이 나오자 모두 말을 아꼈다. 소송이 진행되는 내내 '재벌들의 볼썽 사나운 재산싸움'이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기 때문에 이겼다고 기뻐하기도, 졌다고 분개하기도 힘든 표정이었다. 삼성그룹이나 CJ그룹 모두 "개인의 문제여서 회사에선 따로 낼 입장이 없다"면서 양 측 변호인의 발표로 대신했다.
이 회장 측 변호를 맡은 윤재윤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사실관계나 법리적으로 매우 합당한 결론이다. 상속일로부터 25년이 지나서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판결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반면 이맹희씨 측 변호인인 차동언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오늘 판결은 예상 못했다. (소송을 낼 수 있는 법적 기한인) 제척기간이 경과됐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잘 수긍이 가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내부에선 '큰 짐을 덜었다'는 분위기다. 오너가 형제간 재산분쟁에 휘말려 있고 자칫 지배구조에 변동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이번 판결이 향후 안정적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가장 큰 현안이자 악재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CJ측은 소송결과에 아쉽다는 표정이다. 한 회사측 인사는 "판결에 대해선 할말이 없지만 작년 소송제기 이후 미행하고 제사까지 막은 삼성의 행태는 정말로 잘못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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