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가 '택시시장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미 90%이상의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대대적 추가 프로모션까지 시작했다.
현대차는 1일 자동차를 구매하는 개인택시기사를 대상으로 '개인택시 평생고객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구입횟수에 따라 최고 250만원의 재구매 할인, 1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 정비 50%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 현 국내 택시시장은 '현대ㆍ기아차 천하'나 다름이 없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택시시장에서 73%의 점유율을 차지, 처음으로 70%대에 올라섰다. 현대차는 YF쏘나타와 그랜저 택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K5, K7차종을 택시용으로 팔고 있는 기아차의 점유율(23%)까지 더하면 양사의 점유율은 96%까지 올라간다. 전국 길을 누비는 택시 100대 중 96대는 현대차 또는 기아차란 이야기다. 이 같은 택시시장점유율은 승용차 시장점유율 74.6%(현대 43.3%, 기아 31.3%)보다도 월등히 높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는 1톤 트럭과 함께 경기를 많이 타는 차종 중의 하나인데 요즘 같은 침체기에는 싸거나 인센티브가 많은 차량에 택시기사들의 눈이 끌리는 건 당연하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면 국내 택시는 현대기아차 일색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현대ㆍ기아차가 택시에 더 공을 들이는 이유는 판매량 자체보다도 택시가 주는 인지도 효과. 현대나 기아 로고를 단 택시가 많아지면 그 자체가 광고효과이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시장석권 비결은 가격경쟁력. YF쏘나타 택시는 자동 변속기 기준으로 1,620만~1,998만원이고, K5 택시는 1,545만~1,965만원이다. 르노삼성의 뉴SM5 플래티넘 택시(1,810만~1,975만원)에 비하면 최대 265만원이나 싸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차이면 1년치 연료비"라며 "수익 극대화가 목적인 택시 회사는 물론이거니와 개인택시들도 굳이 비싼 택시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경우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타이밍 체인, 스테인레스 머플러, 불소 도장, 백금 점화플러그 등 주요 소모성 부품의 강력한 내구성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수익성 등의 문제로 큰 신경을 쓰지 않아 현재는 판매가 급감했다. 2003년 6,700대까지 팔리던 것이 지난해에는 1,400여대에 그쳤다.
최근 들어 현대ㆍ기아차의 독주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한국지엠. 아예 택시시장에서 손을 떼는 듯 했던 한국지엠이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내세워 다시 공격채비를 다지고 있다. 가격은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의 중간 정도인 1,755만원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일반 중형 택시 대비 지상고가 가장 높아 치마 입은 여성 손님이나 체격이 큰 성인들도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높은 전방 시야 확보로 운전이 편해 택시 기사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판매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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