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으로 유효한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인간사회 해명하려는 시도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사회성이 도구·언어 발달 낳고 다른 동물과 구분 가능케 해인간의 행복 '우리' 안에서 가능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생물학 연구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세포의 자기복제'라는 단순 원리로 단세포생물에서 포유류까지 모든 생물의 행태를 설명하는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그 논리를 거부하는 사람은 학자나 연구자의 길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지금 생물학계에서는 중요한 학설이다.
세포 수준의 작동 원리로는 거의 반박이 어려울 만큼 강력한 이 이론은 그러나 사회생물학적인 논리로 비약하면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는다. 당연하게도 인간의 행동, 사회의 작동 원리까지 이런 이기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독일의 뇌과학자이며 과학저술가인 저자 역시 이 책에서 는 유전자의 작동을 설명하는 논리로는 훌륭하지만 그것을 인간사회를 설명하는 것으로 확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도킨스 등 진화생물학자들이 어떤 이유로 유전자의 이기적인 선택을 설명했는가를, 또 그것이 어떻게 인간사회를 해명하는 논리로는 부적절한지를 다양한 연구ㆍ실험 사례를 통해 설명해간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정신과의사인 레슬리 브라더스는 유전적으로 인간의 팔촌쯤 되는 침팬지나 보노보에 비해 인간의 뇌가 3배 정도 커진 이유를 인간의 사회성 및 사회적 환경 때문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어떤 먹이가 어디에서 자라는지에만 관심을 갖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와 마주한 사람들이 친구인지 적인지에 관심을 갖는 존재이다. 인간의 뇌가 지금처럼 섬세하고 복잡하게 발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인간의 보편 지능이 다른 영장류보다 우수한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인간은 사회성으로 인해 다른 동물과 구분된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를 타고난 능력으로 보며 '문화 지능'이라고 한다. 인간이 가진 이런 '우리' 지향성은 도구의 발달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일 뿐 아니라 외형적으로 사람과 다른 동물을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인 언어를 탄생시킨 토대이다.
저자는 영화 '월 스트리트'에서 마이클 더글라스가 내뱉는 "이기심은 진화를 촉발시킨다"는 대사를 인용하며, 이는 현실에 대한 객관적 묘사가 아니라 이기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전형적인 자기합리화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이기주의자들의 자기합리화는 '신자유주의적, 신보수주의적 이데올로기'와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이기적 유전자가 역설하는 유전자의 이기주의가 인간사회에서도 통용될 자연 현상인 것처럼, 그래서 따라야 할 진리인 것처럼 합리화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인간은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태어났고 그런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며 '우리의 지속적인 행복은 우리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책은 이 같은 주장을 엄청나게 많은 생물학, 인류학적인 연구 내용을 인용하며 펼치고 있지만 물 흐르듯 술술 읽을 수 있다. 다분히 일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이런 종류의 책이라면 잔뜩 따라 붙기 마련인 각주를 하나도 달지 않은 편집의 덕도 적지 않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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