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인근 인천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입주자들이 "기반시설 미비와 허위ㆍ과장 광고로 재산상 피해를 봤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낸 분양대금 반환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계약해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건설사의 기반시설 관련 과장광고 부문을 인정했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재판 결과에 반발, 항소를 검토하고 있어 소송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유사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벼랑에 몰린 건설사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분양대금의 12% 돌려줘야"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박재현)는 1일 인천 영종하늘도시 5개 아파트 분양계약자 2,099명이 시공사 현대건설 등 5개 건설사와 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분양계약 취소ㆍ해제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양계약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주자들의 주장은 받아 들이지 않았으나,"건설사들이 분양 당시 제3연륙교와 제2공항철도, 학교 신설에 대해 허위ㆍ과장광고 했음을 인정해 분양대금의 12%(위자료 2% 포함)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영종하늘도시가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10% 이상 비싸게 분양된 점 ▦수분양자들이 광고만을 믿고 계약을 체결한 과실이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송에 참여한 입주자들은 분양 당시 시세에 기초해 분양대금의 일부를 돌려 받게 됐다.
과대광고에 속은 입주자 집값 하락으로 신용불량자 속출
2009년 영종하늘도시에서는 9개 단지, 1만여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으나 기반시설 미비 등에 따른 입주 거부사태가 잇따르면서 지난해 말 현재 3,400여가구만 입주한 상태이다. 2014년 개통 예정이던 제3연륙교(영종~청라)는 아직 착공 조차 못한 상태이다. 또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던 밀라노디자인시티와 영종브로드웨이, 에잇시티 등의 대형 개발사업들은 늦어지거나 이미 무산됐다. 특히 건설사들이 이곳에 10여 개 학교가 들어설 것이라고 광고한 것과는 달리 초ㆍ중ㆍ고교도 1개교씩만 들어섰을 뿐이다.
이에 따라 입주자와 입주예정자들은 집 값 하락은 물론 중도금ㆍ잔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연 10%가 넘는 이자로 중도금 대출을 받았지만 집 값이 감정가 이하로 떨어져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입주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입주자들 상당수가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는 이유이다. 소송 참여자들은 당초 분양 계약 취소 또는 분양대금의 35% 반환을 요구했다. 정재훈 영종하늘도시 입주예정자대표연합회 부회장은 "이번 판결은 감정가 하락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결과"라며 "16일 소송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주자ㆍ건설사 동반 피해 불가피…유사 소송 잇따를 듯
입주자들의 항소로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입주자와 건설사 모두에게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입주자는 집 값 하락과 대출금 연체이자에 소송비용까지 물어야 한다. 입주 거부 사태로 자금 회수가 늦어진 건설사는 금융비용에 배상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항소에 부담을 느끼는 입주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기반시설 미비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 값 하락을 경험한 타 지역의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종하늘도시 입주자들은 건설사외에도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영종하늘도시의 다른 아파트단지와 인근 청라국제도시 입주자들도 건설사와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김포 한강신도시 입주자들이 낸 분양계약 취소 및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011년 부산고법은 부산 남구 아파트단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입주자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있어 향후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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