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를 더 이상 정치ㆍ외교 쟁점으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노 담화 수정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아베 총리가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해 한발 물러서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 공산당 위원장으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노) 담화는 당시(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발표한 것이므로 총리인 내가 더 이상 말하는 것을 피하고 관방장관이 대응하는 게 적절하다"고 답변했다. 아베 총리가 이 같은 내용을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은 있지만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답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수많은 전쟁에서 여성이 인권을 침해받았다"며 "위안부 문제에서도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 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는 점은 역대 총리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평소 "사기꾼이 쓴 글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라며 고노 담화를 부정해온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민감한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은 이미 여러 경로로 아베 총리의 고노 담화 수정 시도에 우려를 표명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이 문제를 끌고 갈 경우 미일 정상회담에서 고노 담화 수정이 논쟁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1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합당한 시기에 21세기에 걸맞은 미래지향 담화를 발표하고 싶다"고 말해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의 수정 의사를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전쟁 포기 원칙은 지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꿀 생각도 분명히 밝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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