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 판매가 여전히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의 일종으로 비은행 계열 금융회사의 피해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펀드 선택권도 침해 받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민 하나 우리 신한 기업 농협은행 등 6대 시중은행들의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은 작년 11월 기준 평균 56.4%에 달했다. 2011년 말(52.9%)보다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6대 은행 가운데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 2011년 말 70.5%와 작년 11월 말 68.0%로 당국의 경고와 비판여론에도 별 개선이 없었다. 같은 기간 농협(59.0→64.8%), 기업(55.2→61.1%), 국민(49.5→54.7%), 하나(47.8→51.6%)은행 등은 오히려 비중이 커졌다. 판매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 곳은 우리은행(35.5→38.4%) 정도다.
은행들의 이런 '제 식구 챙기기'는 펀드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이 본격 제기된 2011년 말 이후 증권사들이 계열사 판매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과도 상반된다. 삼성증권은 2011년 말 66.4%에서 1년 후 56.6%로, 한국투자증권은 50.2%에서 44.2%로, 하나대투증권은 42.3%에서 36.8%로 각각 감소했다. 증권사들이 계열사 상품 비중을 줄이는 동안 은행들은 이를 흡수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계열사 펀드를 판매한 직원에게 인사고과를 주는 관행을 금지시키는 한편 작년 9월 현장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몰아주기가 심해지면 소비자보다 계열사 이익을 우선하고 경기 변동시 금융사 부실위험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빼든 새로운 카드는 계열사 판매 비중을 50%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해 3월 중순에는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신규상품은 곧바로 '50%룰'을 적용하고, 기존 상품은 순차적으로 비중을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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