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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인간 을진화시키는 놀이… 서로 이해하는 능력 키워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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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인간 을진화시키는 놀이… 서로 이해하는 능력 키워주죠"

입력
2013.02.0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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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0'에서 패배가 확실한 전쟁을 앞둔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는 한쪽 눈을 잃은 전사 딜리우스를 고향으로 보낸다. 살아남아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듣고 퍼뜨리고 이야기에 매혹된다. 인간에게 이야기를 말하고 듣는 것은 본능일까? 환경 때문일까?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영문학 교수는 이야기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본능임과 동시에 진화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찰스 다윈의 을 빗대어 책 제목을 '이야기의 기원 On the Origin of Story'이라고 지은 이유다.

책은 2편으로 나뉘는데, 1편은 이야기가 인류 문명과 사회 진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이론적으로 밝힌다. 새끼사자가 동료와 물고 뒤쫓는 놀이를 통해 사냥을 배워나가듯 놀이는 진화과정에서 동물이 자연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의 일부다. 인간에게 예술은 바로 이런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는 놀이다. 인간이 이야기를 말하고 듣는 욕구와 능력은 인간이 환경과 사회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만든다. 이야기는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종의 '적응'인 셈이다.

2편에서는 이 이론에 대한 예시로 고전과 현대동화를 분석한다. 수많은 고전 중에서 3000년을 살아남은 '오디세이아'의 힘은 기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서사시의 전형에서 진화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호메로스는 문화자본을 획득한 영웅, 오디세우스를 내세워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전형적인 이야기 방식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영웅이 20년 만에 아내와 집을 되찾는 특별한 운명을 통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악의 플롯이라고 비판한 삽화적 사건의 변형이다. 사람들은 복잡다단한 사건을 통해 드러난 오디세이아의 다양한 면모를 통해 사람들은 삶에 대한 통찰을 얻는다. 한편 닥터 수스의 '호턴이 듣고 있어!'는 저자가 마주한 1950년대 사회적 상황의 풍부한 상호관계를 보여주면서, 진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해법을 이야기를 통해 드러낸 작품이다.

진화론, 인지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접목돼 읽기 녹록지 않지만, 새로운 각도에서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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