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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배우가 되기는 '별따기'… 배우로 살기는 고달픈 '스타 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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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배우가 되기는 '별따기'… 배우로 살기는 고달픈 '스타 바라기'

입력
2013.02.0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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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배우 A씨(31)의 꿈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대학로 연극 무대에선 벌써 주연급 연기를 한 지 2~3년 됐지만, 아직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고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돼 있지도 않는 탓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작은 배역 하나 따내기도 쉽지 않다. 그는 "오디션 정보가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 봐도 실제론 홍보성 글이 많고 오디션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며 "실제로는 에이전시를 통하거나 지인의 소개로 배역을 맡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마저도 많아야 한 달에 한두 건"이라고 했다. 프로필을 들고 제작사들을 직접 찾아 다니는 '프로필 투어'로 배역을 따내는 것은 사실상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는 것"일 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고정급여를 받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배우는 1만 4,000여명에 이르고 1인당 연소득은 평균 3,437만원이다. 배우 1인의 연소득이 직장근로자 1인당 평균 소득액(2,643만원)보다 높은 것은 10억 이상을 버는 최상위층 스타들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소속 연기자의 70%는 연소득이 1,000만원을 넘지 못한다. 매년 300여 편의 영화ㆍ드라마가 제작되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벌며 연기하는 배우는 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매년 2월이면 전국 80여 개 대학에서 연기 전공자를 배출한다. 한 학교마다 30명씩이라고 해도 2,000여명의 배우 지망생들이 사회에 쏟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한 해에 두각을 보이는 신인 배우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조연과 단역으로 출연하며 근근이 연기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배우도 많지 않다. 서울 소재 대학의 연극영화과 졸업생인 배우 B씨는 "졸업 후 5년 내에 연기 관련 일을 그만두는 비율이 90%가 넘는다"고 했다.

배우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획사에 소속되는 것이다. 2009년을 마지막으로 지상파 3사 방송사가 더 이상 공채 탤런트를 뽑지 않으면서 기획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정우 염정아 지진희 등이 소속된 판타지오의 양현승 본부장은 "정기적으로 오디션을 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계약에 이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관계자에게 소개를 받는다거나 개별적으로 들어온 프로필 자료를 보고 뽑기도 하고 촬영 현장에서 직접 발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인 배우를 발굴한다"고 했다. 전국에 1,000개가 넘는 연예기획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 중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름 있는 기획사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배우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

영화ㆍ드라마에서 대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배역을 따내기 위해선 오디션에 지원하거나 캐스팅 디렉터 또는 캐스팅을 담당하는 스태프의 눈에 띄어야 한다. 제작자와 연출자가 주도하는 주요 배역 캐스팅과 대행사가 맡아서 하는 보조출연자 섭외를 제외하면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오디션이 열릴 때마다 1,000명 이상이 지원 서류를 제출하지만 그 중 직접 오디션을 하는 인원은 선발하는 배우 수의 3~4배 정도"라면서 "배우를 담당하는 연출부 스태프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소속사가 없는 배우들은 대체로 캐스팅 디렉터라고 에이전시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지만 이 경우 출연료의 20~30%를 수수료로 떼이게 된다. 단역배우 C씨는 "신인의 경우 최고 70%까지 수수료를 내줘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받는 출연료는 단순 보조출연의 경우 하루에 4~7만원, 약간의 대사가 있는 단역은 회당 30~50만원 선이다. KBS는 최하등급인 6등급 배우에게 70분짜리 주간ㆍ주말 드라마 출연료로 40만원을 지급한다. 물론 에이전시나 소속사를 거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한두 신 정도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할 경우엔 150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단역배우에겐 꽤 쏠쏠한 수입이지만, 배용준 고현정 권상우 송승헌 등 스타 배우들이 드라마 1회 출연에 5,000만원 이상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그마저도 생계 유지를 위한 아르바이트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출연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소속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급 배우로 올라서는 건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가능성은 급속도로 줄어든다. 유일한 방법은 연극에 출연하며 연기력과 인기를 쌓는 것이다. 김윤석 송새벽 이희준 이성민 등이 대표적인 극단 출신 배우들이다. 30대 중반인 단역배우 D씨는 "연기를 포기할 순 없다. 연극 무대에서 조금씩 실력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TV나 스크린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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