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10~12월)에 14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한 배경이 국방비 지출 축소 때문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경제가 국방비에 중독돼 있다는 지적이 30일 제기됐다.
미국 국방부가 이 기간 중 군인 급료 이외의 모든 비용을 삭감하면서 예산 집행은 무려 22.2%나 감소했다. 1972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국방비 지출 축소였다. 이로 인해 연방정부 전체 예산지출이 15% 감소해 4분기 미국 경제는 예상을 깨고 마이너스 0.1%(잠정치)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비와 기업 투자가 호조를 보이고 실업률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이 뒷걸음질 친 것은 국방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만약 국방부가 예전의 지출을 회복했다면 경제성장률이 플러스 1.27%를 유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직전인 지난해 3분기(7~9월)에 국방비 지출이 13% 증가한 덕분에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치 2.2%보다 훨씬 높은 3.1%를 기록했다.
미국은 냉전 시기 보다 더 많은 돈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다 지출을 기록했다. 국방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만큼 커졌다.
문제는 국방비 삭감이 올해 1월부터 본격화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이 국방비의 급격한 지출 축소로 국가경제가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다. 경제 예측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은 향후 예산 감축이 GDP에 미칠 영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이 일시 정지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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