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식 개혁'이 끝내 총장 사퇴로 가닥잡힌 카이스트(KAIST)가 다시 해외파 총장을 선택했다. 신입생 등록률이 개교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위기상황을, 연이어 실패했던 해외파 총장 영입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이스트는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 222회 임시 이사회를 열어 강성모(68)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UCSC) 교수를 서남표 총장 후임으로 선임했다. 강 내정자는 교육과학기술부 승인을 거쳐 다음 달 23일부터 임기 4년의 제 15대 총장에 취임한다.
그는 미국 페어레이디킨슨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AT&T 벨연구소 연구원, 일리노이대 교수, UCSC 공대학장 등을 지내면서 전자회로 설계 분야에서 활약했다. 강 내정자는 2006년 카이스트 총장 선거에 나섰지만 서 총장에게 밀렸다. 직후인 2007년 3월 머시드 캘리포니아대(UC머시드) 총장을 맡아 한국인 최초의 미국 대학 총장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총장 선임에는 강 내정자 외에 박성주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백성기 전 포스텍 총장, 유진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등 4명이 후보로 나섰다. 박 교수와 유 교수는 카이스트 교수협의회의 추천을 받은 내부 인사다.
하지만 카이스트 이사회가 카이스트 교수들의 지지를 받은 내부 인사를 선택하는 대신 이미 수차례 실패한 해외영입 전략을 또다시 반복한 것이어서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학과장 출신으로 교수 테뉴어(정년 보장) 심사 강화 등 과감한 개혁을 주도한 서남표 총장은 학내 분쟁에 휘말리고 소통 능력에 의문을 산 끝에 결국 임기 중인 다음달 22일 물러난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화려한 경력의 전임 로버트 러플린 총장도 전 학과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극심한 갈등 끝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처럼 학내 분란이 심각해지면서 학교의 위상도 추락했다. 카이스트는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1971년 개교 이래 가장 낮은 84%로 떨어졌다. 사상 처음으로 추가 모집까지 나섰지만 정원 채우기조차 버거웠다. 카이스트의 등록률은 지난해에도 89%로, 최근 3년새 80~90%선을 맴돌고 있다.
학교 안팎에선 '강성모식 소통'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 내정자는 UC머시드 총장 시절 총장실을 개방하는 등 소통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석 카이스트 총학생회장은 "아직은 총장 내정자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이르다"면서 "소통하는 리더십을 실천하는 총장이 돼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이날 강 내정자에게 취임 전 학내 갈등 해결을 위한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카이스트 기획처의 한 관계자는 "학내 구성원들이 신임 총장 선임을 계기로 카이스트가 안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재인식하고, 명예 회복을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며 "신임 총장은 카이스트를 세계적인 과학기술 연구중심 선도대학으로 거듭나게 할 책무를 완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최정복기자 cj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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