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 사태와 관련해 30일과 31일 연일 "죄인 심문하듯 몰아붙이기" "시시콜콜한 검증" 등의 표현을 쓴 데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 당선인의 언급이 국회 인사청문회 방식 외에도 언론과 야당 등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번 낙마 사태의 본질은 박 당선인의 '나홀로 인사' '밀봉 인사'에 따른 검증 실패이다. 언론들은 김 전 후보자 지명 이후 그의 재산 형성 및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 등 적지 않은 도덕성 결격 사유들을 찾아냈다. 하지만 정작 박 당선인은 몰랐거나 일부 문제들을 알고도 인사를 강행했다. 박 당선인은 12월 대선 기간 극우 발언들을 쏟아낸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깜짝 인선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인사 스타일의 허점을 또 드러냈다.
박 당선인은 김 전 후보자 낙마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당내 의원들을 잇따라 만나 언론과 야당 등의 검증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박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를 올바른 시스템에 의해 제대로 지명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인사청문회 등 제도가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인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더욱 거칠게 몰아붙인 적이 많다"면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 13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당선인의 발언은 오만해 보인다"면서 "공직 후보자 검증이 신상털기식으로 흐르면 충분히 해명해 국민을 납득시키면 될 일이지, 검증 행위 자체를 탓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언론이 공직 후보자를 세밀하게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므로 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문제"라며 "대통령 당선인이 인사청문회 제도를 비판하는 것도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당선인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인사 실패'가 가장 많이 꼽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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