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이 큰 별이 자체 중력에 의해 붕괴돼 빛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과연 블랙홀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무게를 재는 것이 가능은 할까.
유럽남부천문대 연구진이 블랙홀 주변에서 소용돌이 치는 분자의 속도를 측정, 블랙홀의 무게를 비교적 정확히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게재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이 방법으로 측정한 NGC4526 은하(사진ㆍ처녀자리 은하단에 있는 렌즈형 은하)에 있는 한 블랙홀의 무게는 태양보다 4억5,000배 무거웠다. 하나의 수치로 표현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데 9,000억×1조×1조 톤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NGC4526 은하의 중앙에 있는 블랙홀을 기준으로 일산화탄소 분자들을 여러 거리에서 측정했다. 이 분자들은 전자기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측정하면 속도 등을 산출해 낼 수 있다. 블랙홀의 무게가 주변 물질의 속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역으로 블랙홀 무게를 추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블랙홀 주변 별빛의 속도를 측정한 뒤 블랙홀에서 멀리 떨어진 별빛의 속도와 비교해 블랙홀의 무게를 산출하는 방식이 주로 쓰였다. 그러나 별빛은 블랙홀 주변에서 무작위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속도 측정에 오차가 상당했다. 전기를 띤 가스를 측정하는 방식은 좀 더 오차가 작지만 측정이 어렵고 블랙홀 인근에서만 측정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번 분자 속도 측정 방식은 차갑고 밀도 높은 가스 덩어리를 측정하는 것으로 움직임의 무작위성이 덜하고 전자기 스펙트럼 상에서 마이크로파를 방출하기 때문에 망원경을 통한 측정과 산출이 용이하다.
티머시 데이비스 박사는 "블랙홀과 은하의 질량을 측정하고 다른 형태의 은하들과 비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블랙홀과 은하가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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