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지속하기 어려운 우리 공적연금의 구조적 취약성 탓에 정부가 감당해야 할 잠재 부채 규모가 2013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52.4%인 7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가입자가 낸 적립금의 40배를 재정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이는 재정에서 절반을 떠안는 국민연금(100%)의 경우보다 40배나 높다.
31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정부 재정위기관리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현재 가입자들이 낸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아가는 연금 구조가 유지될 경우, 향후 국민연금에 투입돼야 할 재정 규모의 현재가치가 4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전체 가입자에게 향후 지급하기로 약속한 액수의 2013년 현재가치는 879조원에 달하지만, 실제 적립액은 절반을 조금 넘는 466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이 더욱 심하다. 사학연금의 경우 정부가 관련 제도를 통해 사립학교 교원에게 약속한 총 지급액의 현재가치는 65조원에 달하지만 실제 적립액은 12%(8조470억원) 수준에 머문다. 또 공무원연금 적립액(6조9,000억원)은 정부가 지급을 약속한 액수(281조1,290억원)의 2%를 갓 넘긴 수준이다. '민간 기업의 퇴직금 성격이 혼재돼 있어 적립액 대비 수령액이 높다'는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 '국민연금 대비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산정책처는 "공적연금 가입자들에게 약속한 지급액의 현재가치는 정부의 분명한 부채이며 장기 관점에서 재정정책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소인데도, 우리나라 재정보고서에는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은 공적연금에 따른 암묵적 채무를 측정ㆍ관리토록 하고,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이 이를 따르고 있다"며 "우리도 관련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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