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훌쩍 넘는 비용, 복잡한 행정규제, 열악한 생활환경과 낙인 효과, MB 정부가 버린 정책…'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추진의사를 거듭 밝힌 행복주택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싸게 공급되는 임대주택이 임대시장은 물론이고 매매시장까지 교란시켜 "제2의 보금자리주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원회에서 "내가 저 행복주택에 입주하려고 한다 이런 마음으로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하는 등 관철의사를 분명히 했다. 철도부지 위에 인공지대를 조성한 뒤 신혼부부나 고령층, 대학생 등을 위한 아파트와 기숙사, 상업시설을 건설하는 신개념 복합주거타운 건설이라는 목표는 일면 참신해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첫 단추부터 끼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막대한 비용 탓에 MB정부도 버린 카드라는 것이다. 박 당선인 공약에 따르면 20만가구 건설에 국민주택기금 15조원을 조달해 한 채당(50㎡) 건설비는 7,500만원이 책정됐다. 3.3㎡당 500만원이다.
하지만 조용석 도시표준연구소장은 "MB정부 초 철도부지 위 임대주택 아이디어를 관련부처와 검토한 결과, 3.3㎡당 건설비 700만원이 나와 사업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SH공사와 LH공사도 "공사가 까다로워 600만원 이상 갈 것"이란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3.3㎡당 100만원만 더 들어도 3조원이 추가된다.
진입도로 개설 등 기반시설을 마련하려면 법적 걸림돌도 해결해야 한다. 시행업체인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행복주택 단지마다 도로가 연결되고 램프를 만들려면 도시계획을 새로 짤 정도의 복잡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근에 상업용지가 있다면 진입도로를 내는 일도 쉽지가 않다. 추가 재정소요는 물론이고 국유재산법, 도시계획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소음 등 열악한 생활환경도 우려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소음 및 진동 제거가 가능하다고 보지만 역시 돈이 문제다.
해외 사례도 성공적이지 않다. 일본은 30, 40년 전까지 행복주택과 유사한 철도부지 위 임대주택을 건설했으나 더 이상 짓지 않는다. 직접 조사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이라는 주변의 낙인 효과에다 막대한 유지관리비가 들고 토지지분도 없어 인기가 없다"고 설명했다.
20만 가구 건설 목표도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조용석 소장은 "오류역 망우역 등 실제 가용 부지가 16곳 정도인데 2만~3만 채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행복주택이 현정부 보금자리주택처럼 전체 주택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도심 임대주택이 싸게 공급되면서 전세 대기 수요만 잔뜩 늘려 매매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행복주택을 새 정부의 전면 기획상품으로 내놓기보다 틈새시장 공략 정도로 축소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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