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법정구속되고 최재원 부회장은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이 그동안 최 회장을 감싼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서열 3위인 재벌의 총수가 징역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됐기 때문에 결과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지만, 그 동안 최 회장에 대해 검찰 수뇌부가 보인 행태를 고려하면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날 범행을 주도한 인물이 최태원 회장이라고 판단했지만, 검찰은 그동안 최재원 부회장에 더 많은 혐의를 뒀기 때문에 최 회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1월 최 부회장은 구속 기소하면서도, 최 회장에 대해서는 '형제를 동시에 구속하지 않는 관행과 SK그룹이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 불구속 기소했다. 또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최 부회장에 대해서는 징역5년을 구형했지만, 주범으로 밝혀진 최 회장에 대해서는 징역4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수사팀의 예상과 달리 '형은 유죄, 동생은 무죄'라는 법원의 선고가 나오자 검찰이 기소, 구형 단계에서 최 회장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최 회장에 대해 구형할 당시 수뇌부가 '봐주기 구형'을 지시했다는 논란까지 일었던 터라 이날 법원의 선고는 검찰을 더욱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횡령ㆍ배임 범죄는 기본형으로 징역 5~8년을, 감경시 징역 4~7년을 권고하고 있지만 당시 검찰은 이례적으로 최저 형량을 구형했다.
더구나 이날 선고에서 횡령과 비자금 조성 2가지 혐의로 징역4년이 구형된 최 회장이 횡령 부분만 유죄로 인정됐는데도 구형량과 똑같이 징역4년이 선고되자 봐주기 구형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 판단만 놓고 보면 검찰이 기소, 구형 단계에서 최 회장을 봐준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불구속, 구속 피의자의 선고 결과가 바뀐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게 판결로 증명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최 회장이 범행을 주도했다는 점을 공소 유지 과정에서 일관되게 주장했기 때문에 유죄 판결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반면 "최 부회장이 사실상 범행을 자백했는데도 무죄가 나온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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