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누가 더 나은 정치가일까. 혹은 누가 더 나쁜 정치가일까.
현재까지는 박근혜 당선인이 낫고 이명박 대통령이 더 나쁜 정치인이 확실하다. 일단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공직자들의 도덕성 추락이 박근혜 정부에서 가속화할 것이라는 걱정은 김용준 총리 후보가 자진사퇴하면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첫 조각부터 문제 많은 공직 후보들을 줄줄이 세웠고 그 중 일부만이 청문회에서 탈락했다.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 작성은 고위 공직자의 기본덕목이 됐다.
공직자 인선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최악에 이르렀다. 공금을 개인계좌에 넣어 맘대로 쓴 것은 명백한 횡령이고 아내와 딸을 공무여행에 동행한 것 역시 공인으로서 잘못인데(이명박 대통령도 딸을 공무여행에 동행한 적 있다) 이 후보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어 터져 나온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특별사면설이다. 설이겠거니 싶었지만 천신일 세종나모여행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풀려났다. 천신일씨는 형기의 절반, 최시중씨는 3분의 1 정도를 채운 상태였다. 대통령의 사돈 조현준 효성섬유 사장도 풀려났다. 특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사실에만 기대어 권력자일수록 주변을 단속해야 한다는 금도는 차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횡을 일삼는 이유는 분명하다. 재임 중 벌어진 숱한 잘못에 대해 법적인 추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4대강 살리기'는 최근 감사원에서 홍수예방에 불필요한 시설로 수질을 악화시키고 부실시공도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가기관에 의한 민간인 사찰이라는 초유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최고 권력자에게 보고했다는 자료는 있으나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내곡동 사저도 대통령 아들이 대통령 부인과 대통령 형에게 돈을 받아 싸게 사면서 국고로 손익을 맞췄다는 것까지는 밝혀졌지만 엄격한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대통령이 측근을 특별사면한다는 것을 어려워 하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첫 총리후보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내세웠을 때 차기 정부의 도덕성은 이명박 정부가 떨어뜨린 선에서 내려가겠구나 하는 우려가 당연히 나왔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이가 행정부의 2인자를 자청하는 것이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김 후보의 축재와 아들 병역의혹도 제기가 됐다. 헌재소장 후보가 불법이 드러나도 자진사퇴하지 않은 기세로라면 총리 후보도 범여계 국회의원 숫자를 믿고 청문회를 밀어붙일까 싶었는데 다행히 물러났다. 밀실인사의 문제점은 있지만 적어도 박근혜 당선인의 측근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보다는 파렴치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굳이 믿고 싶다.
그러나 이 증거를 확신하게 하려면 박근혜 당선인은 다음과 같은 사실은 명백히 보여줘야 한다.
우선 이동흡씨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임위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국회 청문회를 통과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직권상정이라는 편법은 살아있다. 이명박 정부는 복수 추천을 해서 인수위가 이동흡 후보를 골랐다고 주장한다. 경과야 어찌 됐든 인수위는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혀야 할 시점이다.
둘째로 인사청문회 개악은 절대 안 된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시작된 후 적용 대상을 넓혀왔다. 공직을 수행하겠다면서도 불법 탈법 부정부패의 구습을 버리지 못한 부적격 인사들을 가려내는 역할을 잘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신상은 비공개 검증’‘도덕성은 별개 심의’가 무슨 말인가. 도덕성은 기본이다. 최고위직이 깨끗해야 국고도 정직하게 운용하고 정부 조직 전체의 기강을 세울 수 있다. 다음 인선에서 보여주기 바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벌인 어이없는 상황도 정리해주면 좋겠다. 방통심의위는 박근혜 당선인을 소재로 삼은 ‘개그콘서트’ 출연자에게 ‘연장자이고 막 당선된 당선인에게 반말하고 웃기면 안된다’고 행정지도를 내렸다.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는 문제까지 심의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 권력기관끼리 과잉충성을 하게 되어 공안사회가 올 수도 있다. 이 참에 이명박 정부가 만든 옥상옥 기구인 방통심의위를 없앤다면 획기적이겠지만 적어도 민주주의의 기본도 모르는 행위만은 쐐기를 박아주기 바란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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