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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착한 대학입시'가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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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착한 대학입시'가 해법이다

입력
2013.01.3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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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의 지향점은 '국민행복'에 방점을 찍은 것 같다. 경기 불황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날로 피폐해지는 민심을 반영한 '국민행복'의 키워드가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공약과 새 정부정책에 일관되게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높은 교육열', '높은 학업성취도', 그리고 '높은 대학진학률'로 특징지어진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네 교육특성들이 국민행복과는 제법 거리가 멀어 보인다. 높은 교육열은 사교육을 촉발하고, 높은 학업성취도는 학생들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자살률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높은 대학진학률마저도 가계부담과 청년실업으로 이어진다.

우리네 교육의 안타까움은 한국사회를 조망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묻어난다. 미래 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학생들이 하루 15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내용을 배우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서울특파원이었던 안나 파이필드는 "교육에 모든 걸 바치고도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딱한 민족"이란 지적을 내놓았다.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대학입시 설명회장은 학부모들의 자리다툼의 각축장이 되고, 입시전략을 설명하는 학원 강사의 설명이 목사의 설교나 주지승의 법문보다 더 설득력을 지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학부모들이 학원관계자의 '주옥'같은 이야기에 밑줄을 긋고 있는 동안, 수험생들은 값비싼 진학컨설팅을 받느라 여념이 없는 사회풍토. 원하는 대학에 들어만 갈 수 있다면 반값등록금이 아니라 더블등록금도 불사할 것 같은 표정들. 그래서 대입시가 초·중등교육을 왜곡시키고, 대입시를 향한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질주가 고장난 브레이크처럼 위험 수위를 넘은지 오래건만, 교육의 본질성 회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멀게만 느껴진다.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출발은 전봇대를 뽑아내겠다했고, 향후 5년을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겠다 하지만 우리 교육계의 전봇대와 손톱 밑 가시가 언제쯤 제거될 것인가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교육계의 전봇대를 뽑아내려면 무엇보다 '착한 대학입시'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데 대입시가 착해지려면 성적에 집착하는 국내 대학들의 욕심부터 덜어내야 한다. 탐욕스런 곳이 비단 뉴욕 월가의 금융계 뿐만이겠는가. 1점이라도 높은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들의 입학전형제도 곳곳에도 탐심이 배어나온다. 다행히도 착한 대입전형제도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제도가 있어 지방소재 평준화 고등학교들 상당수가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할 수 있게 되었다.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등 다양한 유형의 고교들이 우수한 성적과 부유한 집안의 학생들을 선점하는 상황에서도 평준화 고교에 입학하는 신입생과 학부모들에게 희망의 통로를 열어줄 수 있음이 '지역균형 선발' 제도 덕분이란 생각이 든다. 이 같은 배려 깊은 입학전형 덕분에 지역 소재 고교들은 개교이래 서울대 합격자를 몇 명씩 배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한다. 보다 많은 대학들이 보다 착한 대입전형제도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인가.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인성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야기 해 왔다. 우리사회의 대다수 국민들이 지식중심의 학교교육의 폐해를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좀처럼 시행되지 못하는 인성교육은 대학입시란 전봇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제기됐을 때, 인성교육을 추진했던 고교들이 있었다. 하지만 자녀들의 대입시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로 중단되고 말았다. 바야흐로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분야의 역점사업들이 탄력을 받으려면 착한 대입전형제도 만한 것도 없어보인다. 그것이 착한 입시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이 보여주는 성공사례인 것이다.

오성삼 인천 송도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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