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사바늘에 멍든 스포츠… 이제 약물 청정지대는 없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사바늘에 멍든 스포츠… 이제 약물 청정지대는 없다

입력
2013.01.31 12:06
0 0

세계 스포츠계가 잇달은‘약물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다. 프로야구와 프로골프, 사이클까지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 하는 스포츠계가 약물에 오염되고 있다.

88서울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으로 남자 100m 금메달을 따냈지만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한 벤 존슨 처럼 올림픽의 경우는 주로 메달리스트를 대상으로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반면 프로 스포츠의 경우는 도핑테스트를 강제적으로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는 대부분 주변이나 언론의 폭로에 의해 드러난다. 진화하는 금지약물에 비해 약물 복용 검사는 그만큼 허술한 편이다.

세계 스포츠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영웅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각 종목에서 엄청난 기록을 쏟아냈던 특급 선수들이 도핑에 적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순간에 거짓말쟁이로 둔갑하고 말았다.

금지약물 복용은 그 동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히 적발됐다. 홈런왕 배리 본즈(미국)와 새미 소사(도미니카), 특급 투수였던 로저 클레멘스(미국) 등은 약물 파동을 일으키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금지약물은 특정 종목, 특정 선수에 한정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금지약물의 공포가 전 종목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미국)의 몰락은 충격적이다.

암스트롱은 고환암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7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전설’. 그러나 지난해 미국 반도핑기구(USADA)가 그의 도핑 증거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사이클연맹(UCI)은 이를 받아들여 그를 영구 제명했다. 도핑을 계속 부인하던 암스트롱은 지난 17일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결국 도핑 사실을 시인했다. 도핑으로 무너진 암스트롱의 이야기는 영화로까지 제작될 예정이다.

골프는 도핑의 무풍 지대로 알려져 있다. 골프 스윙이 단순한 힘보다는 정확한 타이밍과 스피드, 유연성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근육강화제를 사용하는 선수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스포츠계의 도핑 강화 움직임에 맞춰 2008년 7월 AT&T 내셔널대회가 열리기 직전 처음으로 약물 검사를 했다. 2009년 11월 덕 배런(미국)이라는 선수가 도핑 검사에 적발됐지만 의도적인 약물 사용이 아니라는 점이 감안돼 1년 출전 정지로 끝났다.

그러나 골프계도 도핑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PGA 투어에서 통산 34승을 올린 비제이 싱(50ㆍ피지)이 금지 약물인 ‘IGF-1’ 성분이 포함된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했다고 30일 보도했다. 50세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싱은 PGA 투어 역대 상금 랭킹에서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이상 미국)에 이어 3위(6,737만달러)에 이름을 올린 거물이다.

싱은 2009년부터 무릎,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인슐린과 유사한 성장 호르몬인 ‘IGF-1’은 손상된 근육을 치료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IGF-1은 소변 검사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혈액 검사를 해야만 적발할 수 있는 성분이다.

연봉 3,000만 달러(약 325억원)를 받아 몸값이 가장 비싼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미국)도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보도가 나와 메이저리그가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마이애미 지역 주간지 마이애미 뉴 타임스는 3개월간의 취재 끝에 불법 약물을 구입한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로드리게스는 노화 방지 클리닉에서 성장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물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금지약물을 몰래 복용하려는 선수와 이를 적발하려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승부’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암스트롱은 “금지약물 복용 시기를 조절하면 도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숨기는 약까지 등장 하고 있다. 반면 최근 WADA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4명의 선수의 혈액 샘플을 다시 검사, 8년 만에 도핑 사실을 적발하는 기술력을 보여줬다. 당시 적발되지 않아도 언젠가 다시 약물 사용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