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되는 내달 9일부터 약 일주일 동안 서울의 명동과 남대문 일대는 '차이나 타운'이 된다. 중국 최대명절인 춘절(2월9~15일)을 맞아 엄청난 규모의 '요우커'(游客ㆍ중국인 관광객)가 우리나라를 찾는다.
엔저(低)ㆍ원고(高)로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울상이 된 관광ㆍ호텔ㆍ유통ㆍ숙박업소들은 요우커들이 이 불황을 타개해줄 유일한 희망이라고 보고 춘절마케팅에 총력전을 펼 기세다.
31일 한국관광공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춘절을 이용해 우리나라를 찾을 요우커는 지난해(5만명)보다 20% 늘어난 6만명에 이를 전망. 이들은 방한기간 중 쇼핑과 식사 등으로 최소 1,000억 이상의 돈을 쓰고 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ㆍ일 외교관계악화에다 엔저까지 겹치면서 급감하기 시작한 일본인 관광객은 새해 들어서도 회복될 조짐이 별로 없는 상황. 그러다 보니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맞이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 명동과 남대문 일대는 물론 카지노와 백화점이 있는 삼성동, 강남 일대 모두 내국인이나 일본인 관광객 보다 중국인 쇼핑객 맞이에 더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가장 즐거운 비명을 올리는 곳은 중저가 호텔. 특급호텔을 선호했던 일본인 관광객과 달리, 중국인들은 중저가 호텔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상품은 보통 서울과 제주 이틀씩 4박5일 일정이 많다. 과거보다 개인관광이 늘었지만 여전히 중저가 단체관광상품 비중이 높다 보니 올해도 중저가호텔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대형호텔들이 오히려 '역(逆)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낙수효과란 물이 넘치면 주변으로 흘러가는 현상. 업계 관계자는 "보통은 대형호텔이 호황을 누릴 경우 방을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인근 중저가호텔을 찾게 된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만큼은 중저가호텔이 꽉 차는 바람에 남는 수요가 대형호텔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형 특급호텔들도 중국인 부유층 고객확보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은 중국인 비율이 올해 5%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난타공연과 연계한 상품을 준비 중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은 전문 한방병원이나 리조트가 포함된 패키지를 구성하고 있다.
명동의 화장품 매장들도 더욱 바빠졌다.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더샘 등 대표 브랜드숍의 경우 외국인 고객 가운데 절반이 중국인 고객인데 여기에 더해 춘절이 있는 월의 매출이 평균 20%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줄어든 일본 관광객들의 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엔 매장입구에서 일본어로 호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중국어 호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유통업체들도 중국인 손님을 겨냥해 매장을 바꾸고 전용 상품, 행사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매출만 70%이상 늘어났던 롯데면세점의 경우 춘절기간 지난해보다 매출이 2배 가량 늘 것으로 보고 중국인들이 주로 찾는 국산화장품과 고가시계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실시중인 세일을 외국인 고객에 한해 2월말까지 연장 적용하고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교통은행 태평양 카드' 고객 대상 상품권 증정행사를 벌인다.
롯데백화점 글로벌마케팅탐당 전일호 매니저는 "명동에 한정했던 중국인들이 이제 강남등으로 확대하면서 제2의 내수고객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면서 "침체된 내수에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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