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에 사는 이이수(52)-김난희(45)씨는 결혼 27년 차 부부다. 남편의 사업 실패 이후 10년 넘게 각방 생활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는 험악했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미움으로 반목했던 이 부부의 삶은 EBS 프로그램'부부가 달라졌어요'에 출연을 한 뒤 180도 달라졌다. 큰 아들이 출연신청을 한 후 EBS 스튜디오에서 이뤄진 심리 및 부부관계 전문가들과의 첫 미팅에서"별 기대 없이 왔다"던 이들 부부는 이후 극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 이들 부부는 10년 만에 한 방을 쓰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부부와 관련된 각종 토크쇼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EBS가 지난해 4월부터 방영 중인'부부가 달라졌어요'가 부부 문제 해결사로 자리잡고 있다. 매주 월ㆍ화요일 오후 7시 35분에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45분간 부부간의 실태와 해결과정과 그 결과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부가 달라졌어요'에는 현재까지 23쌍의 부부가 출연했다. 이중 상당수는 이혼 직전 수준까지 간 커플들이 대부분이었다. 30년간 남편의 구타를 참고 견디다 암에 걸린 60대 주부는 황혼 이혼을 결심했지만 딸의 간곡한 부탁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남편과 극적으로 화해했다. 대학시절 캠퍼스 커플로 결혼 8년 차인 30대 부부는 이혼에 사실상 합의한 상태에서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현재 제2의 허니문을 즐기고 있다.'달라졌어요'의 외주제작사 미디어초이스의 박은영 제작팀장은 "출연자 대부분이 방송에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을 감수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방송 출연을 감행한다"며 "부부 스스로가 아닌 주변에서 출연 신청을 할 경우는 당사자들이 출연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극단적인 갈등 상태에서 상황이 반전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제작진은 그 비결로 정신과 의사, 심리상담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과 제작진이 3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출연 부부와 문제의 해법을 찾는 제작 시스템을 꼽았다. 전화 인터뷰와 방문 취재를 거쳐 출연이 확정되면 제작진은 부부의 동의 하에 집안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촬영을 하며 1주일에 1회 부부가 서로에 대해 가진 불만과 대립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보는 상담을 진행한다. 아울러 미술치료와 심리극 등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 준다. 전문가 그룹이 부부를 대상으로 일상에서 변화를 유도하는 '사랑한다고 매일 말해주기''아내 대신 아이 돌봐주기'등의 다양한 미션을 부여하고 수행 여부를 제작진이 매일 점검하는 방식도 동원되고 있다.
'달라졌어요'의 책임프로듀서인 최남숙 EBS 부장은 "이 과정에서 많은 부부들이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현재까지 6쌍은 실제로 중도에 촬영이 중단 되기도 했다"며 "방송 이후에도 부부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경우에는 추가 상담 및 치료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또 "촬영하는 과정에서 부부가 모두 자기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하소연을 해오는 것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날 때는 흐뭇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임혜연(31)씨는"부부 싸움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을 깨닫게 해주는 게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EBS가 2011년 7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한 8부작 다큐멘터리'남편이 달라졌어요'가 호평을 받자 정규 편성하게 된 이 프로그램은 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평균 2%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간대 지상파 3사가 드라마와 뉴스 등을 편성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결코 낮지 않은 시청률이다. 현재까지 출연 신청 건수는 약 500건에 이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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