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이 여전히 400년 전 나온 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오해다. 한의학의 역사는 한 마디로 을 업그레이드해온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방주치의인 류봉하(64) 경희대한방병원장은 "특히 근래 들어 한의과대가 만들어진 다음 한의학의 판도가 크게 달라졌다. 침구과, 사상체질과, 부인과 등 여러 분과로 나뉘어 독립적으로 발달하며 각 분과별로 새로운 약재와 치료법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을 근간으로 삼아 400년 동안 계속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해왔다는 얘기다.
류 원장이 보는 한의학의 경쟁력은 오랜 임상경험이 쌓인 다양한 약재다. "이들 약재를 효능을 좀더 높이고, 맛이 쓰지 않고 먹기 편하게, 휴대하거나 보관하기 쉽게 현대화하면 얼마든지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약 하면 흔히 액체 형태만 생각하지만, 류 원장은 가루나 알약, 연고 등 다양한 제형으로 쉽게 만드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한약을 비롯한 한방치료의 강점으로 류 원장은 "오래 써도 부작용이 생기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꼽았다. 예를 들어 변비 환자가 양방에서 약을 자꾸 먹으면 습관화해 결국엔 약이 잘 듣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방에선 한약뿐 아니라 침과 마사지, 운동요법, 식이요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장 운동을 개선시킨다"고 류 원장은 소개했다.
설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설사를 멎게 하는 것보다 한방에선 장 속 환경을 개선해주는 치료를 한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류 원장은 "에도 설사에는 장의 사기(邪氣)를 없애는 약을 쓰면서 육식과 찬 음식을 피하라고 돼 있다"며 "장 내 유해균을 유익균으로 바꾸는 지금의 한방치료와 기본 개념이 같다"고 설명했다.
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이미 국제사회에서 가치를 인정을 받았다. 발간 400주년을 맞은 지금은 그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류 원장은 "한방을 이용한 신약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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