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옆 'The-K 트윈타워'. 퇴근 인파는 고사하고 밝은 조명 탓에 로비가 더 휑했다. 입주업체 안내판은 텅 비어있고, '임대 문의' 입간판만 곳곳에 어지럽다. 연면적 8만3,819㎡(지상 16층 2개 동) 규모의 이 오피스빌딩은 준공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A동 1층 카페와 B동 4개 층만 주인을 찾은 상태(업체 주장 공실률 70%). 입주업체 직원 박모(33)씨는 "상주 인원이 50명도 안 돼 유령 건물 같다"고 했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지상 55층에 축구장 40개가 넘는 연면적(26만4,337㎡)을 자랑하지만 3개 동 중 1개(One) 동에만 사람이 드나들 뿐 2개(Two, Three) 동엔 간간이 경비원만 눈에 띄었다. AIG부동산개발 관계자는 "One은 100% 입주를 마쳤고, Two는 20%대 중반, Three는 아직 임대를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입주하면 이사비용 제공 등의 인센티브도 있다"고 전했다.
빈 사무실이 늘고 있다. 특히 '두 개의 탑'마냥 서울 동쪽(The-K 트윈타워)과 서쪽(IFC)에 위치한 대형 신축 오피스빌딩이 전체 공실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영향으로 서울 전체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2010년 4분기(7.11%) 이후 최악을 기록 중이다.
30일 빌딩컨설팅업체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여의도와 도심(광화문ㆍ종로ㆍ중구 일대)의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서울 전체(6.23%)보다 높은 각 11.14%, 6.31%에 달했다.
공실률이 3~4% 수준이던 여의도는 IFC 준공 이후 3배 이상 치솟았고, 도심 역시 The-K 트윈타워가 들어서면서 상승 전환했다. 1년 새 공실률이 2배 가까이 뛴 강남(2.84→5.26%)은 오히려 여유로워 보일 정도다. 업계에선 공실률 5% 정도를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두 개의 탑이 텅 비다 보니 해당 지역 건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광화문 금호아시아나메인타워(지상 27층)는 지난해 가을부터 5개 층, S-TOWER(지상 22층)는 작년 여름부터 2개 층이 비어있다. 인근 빌딩 경비원 안모(69)씨는 "4년간 일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빈 사무실이 방치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구조조정과 지점 통ㆍ폐합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선 금융투자회사들이 밀집한 여의도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공교롭게도 두 개의 탑 주변엔 올해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돼있다. 7월 여의도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짓고 있는 FKI타워(IFC의 3분의 2 수준), 비슷한 시기 중구엔 N타워(27층 규모)가 들어선다. 교보리얼코 관계자는 "여의도와 도심 외에 마포와 용산에도 신규 물량 공급이 예정돼있다"고 했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강남도 하반기가 걱정이다. 엔씨소프트 등 대형 업체들의 강남 탈출, 향군 잠실타워 등 대형 빌딩 신규 공급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서울의 오피스빌딩 신규 공급이 지난해보다 21.5%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초과 공급 국면으로 바뀌어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건물주들이 임대료 할인, 일정기간 임대료 면제, 명절 선물 등으로 입주자들을 붙잡으려 애쓰고 있지만 당분간 공실률 상승세는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우희 저스트알 대표는 "그간 오피스 시장은 공급이 넘치면 새로운 수요가 생겨 시간을 두고 정상화하는 과정을 겪어왔다"며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이 어우러져 현재 상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