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나 둘 사라지는 동네 문방구 살릴 묘안 없나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나 둘 사라지는 동네 문방구 살릴 묘안 없나요"

입력
2013.01.30 17:36
0 0

"외환위기 때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문방구도 지난해에 내놨는데, 인수한다는 사람이 없어 하는 수없이 '빚지는 장사'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랑구 중곡초등학교 인근에서 23년째 'ㅎ 문구완구'를 운영하는 강희욱(60)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오전 내내 판 물건은 1,000원 조금 웃도는 상자테이프 하나가 전부. 2000년대 초만 해도 하루 15만원은 거뜬히 손에 쥐었지만 요즘엔 3만원 벌기도 어렵다. 16.5㎡ 남짓의 문구점 안엔 몇 년째 팔지 못해 빛 바랜 채 먼지가 수북이 쌓인 각종 실험교구, 학용품이 즐비했다.

강씨가 문을 열 때만 해도 중곡초 주변엔 문구점 27개가 성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4개만 남았다. 그나마도 '개점휴업' 상태. 중곡초에서 가까운 면남초 인근 문구점은 모두 문을 닫았다. 강씨는 "이번 달 가겟세 50만원도 자식들이 보태줘 겨우 마련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가게 문을 닫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9년 2만6,986개이던 전국의 문구점 수는 2011년 1만5,750개로 42%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문구점 수도 6,208개에서 3,143개로, 절반이 문을 닫았다. 초ㆍ중ㆍ고가 몰려 있는 서울 도심의 한 문구사는 지난해 10월 '급매'로 가게를 내놓았지만 아직도 맡겠다는 사람이 없다. 도대체 문구점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문구 유통시장의 다변화, 초등학생 수 감소 등도 문구점 몰락에 영향을 미쳤지만 업계에선 2010년 본격 시행된 '학습 준비물 없는 학교' 제도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이는 시ㆍ도 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면, 학교는 경쟁 입찰로 준비물을 대량 구매해 학생에게 나눠 주는 제도다.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맞벌이 가정 부모가 준비물을 일일이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올해 서울 초등학생은 1인당 연간 3만5,000원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대형 문구업체와의 입찰 가격 경쟁에서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학교 앞 문구점은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고사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교육계와 문구업계, 시민단체 등은 해법 마련에 나섰다.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최형대 서울시 학교사업지원팀장은 "동네 문구점이 협동조합 형식으로 입찰에 응하면 우선권을 주는 등 시 교육청과 해결방안 찾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방기홍 학습준비물 생산ㆍ유통인협회장은 "학생들이 학교 인근 문구점에서 준비물을 살 수 있도록 쿠폰을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태섭기자 libe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