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작품반송비 작가부담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이번에는 예산낭비 논란이 제기됐다. 비엔날레 조직위 측이 전시에 필요한 영상장비를 구입가 보다 2배 비싼 가격으로 장비업체에서 대여했다는 것.
한 참가자는 “전시에 필요한 빔프로젝터 등 영상기기를 주최측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더 비싸게 빌려 예산을 낭비했다”며 “소모성 장비대여에 예산을 쏟아 부을 게 아니라 작가와 작품 등 실질적인 문화예술 진흥에 예산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당시 조직위가 임차한 빔프로젝터는 SD급 10대, HD급 10대, 풀HD급 10대 등 총 30대. 이를 행사기간(9월20일~10월28일)을 전후해 총 45일 임대했고, 임대료는 45일간 SD급은 1대당 40만원, HD급 70만원, 풀 HD급 150만원 등 총 2,600만원이었다. 하지만 풀 HD급의 경우만 해도 도매가로 84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어 대여할 때 보다 직구입시 예산을 절반 가까이 절감할 수 있다. 조직위는 지난해 빔프로젝트를 포함해 디빅스플레이어, 블라켓, 티브이모니터, 컴퓨터 등 영상기기 대여비로 총 5,000만원 상당을 지출했다.
참여작가들은 주최측이 어설픈 행정으로 예산을 낭비하면서 정작 작가들에게는 자비를 들여 작품을 가져 가라고 한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김창겸(경기 파주시)씨는 “대구시가 출품작가에게 지원한 100만원은 서울, 경기 등 원거리 작가들에게는 교통비와 재료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며 “쓸 데 없는 데 예산을 낭비하면서 작가들에게 작품 반송비를 요구하고 문제가 터지자 ‘사무국의 단순 실수’라고 발뺌하는 것은 대구시 문화행정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구사진비엔날레조직위원회 측은 “국가지원을 받는 조직위가 영상장비 등의 재산을 소유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또 영상기기는 최신장비를 써야 하고 설치와 운영상 애로 때문에 구매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기획 전문가들은 “행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대구문화재단이나 영상전문 기관인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영상미디어센터에서 기본적인 영상장비를 구매해 사진비엔날레 등 여타 대구시 주최 전시행사에 무상으로 빌려준다면 예산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텐데, 아낄 부분은 안 아끼고 작가들에겐 인색하게 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대구사진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지난해 폐막 후 참여작가들에게 “참가지원금을 지원받은 작품은 파기가 원칙이니, 작가가 작품 반송비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파기하겠다”공문을 보내 파문을 일으켰다.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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