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마셴(麻線)향에서 지난해 7월 발견된 '지안 고구려비'가 현전하는 고구려 비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비석은 이달 초 중국국가문물국(문화재청에 해당)이 소식지 에 조사 개요와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알려졌고, 한국 학자들은 아직 실물을 보지 못했다.
한국고대사학회는 이 기사와 탁본 사진을 검토한 결과를 30일 한국외대에서 언론에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여호규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지안 고구려비는 고국양왕이 388년(무자년) 제정한 율에 따라 아들인 광개토왕이 건립한 수묘비(守墓碑 ㆍ왕릉 관리 규정을 새긴 비석)의 하나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가장 오래된 고구려비로 알려진 광개토대왕비(414년)보다 앞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最古)' 유물이라고 확언하지 않은 것은 비석 앞면에 새겨진 218자 중 건립 시기를 추정하는 근거가 될 '戊□年'(□는 훼손된 글자)의 판독이 학자에 따라 '무자년(戊子年)' 과 '무오년(戊午年)' 으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무오년이라면 광개토왕비보다 4년 뒤인 418년으로 볼 수도 있다.
이영호 한국고대사학회 회장은 "사진만 봐서는 정밀 판독이 어렵기 때문에 비석과 탁본 실물을 직접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외교통상부,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과 협조해 자료를 구하고 중국 현지조사와 양국 학자들의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안 고구려비의 앞면 218자 중 중국 학자들이 판독한 글자는 140자이고, 한국고대사학회는 10자 정도를 더 읽어냈다. 뒷면에도 한 줄 비문이 있으나 판독이 거의 불가능하다. 비문내용은 고구려의 개국과 왕위 계승을 간략히 기술한 서두의 44자를 빼곤 전부 수묘제에 관한 것이다. '사시(四時)에 제사를 지낸다', '무□년 율령으로 수묘제를 복구했다' '비를 세우고 연호(烟戶ㆍ묘지기 가구) 20명의 이름을 새겨 후세에 전한다' '수묘인을 사거나 파는 것을 금하고 어기면 처벌한다'는 구절이 포함돼 있다. 한국고대사학회는 수묘제와 율령 정비 등 고구려 제도사ㆍ문화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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