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부터 12월까지 서울시는 마포구 성산동과 성동구 성수동을 고가로 잇는 내부순환도로의 원활한 배수를 위해 빗물이 빠지는 배수구를 확대 개량하는 공사를 벌였다.
당초 용역을 맡긴 설계상으론 빗물이 빠지는 도로의 가장자리에 14㎝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배수 뚜껑과 받침 등을 설치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내부순환도로는 철근 위 콘크리트 두께가 4㎝정도여서 설계대로 14㎝의 깊이를 확보하려면 철근을 절단해 제거해야만 했다. 이렇게 되면 교량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돼 애당초 설계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그러나 공사 담당자는 기준에 맞지 않는 잘못된 설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변경하지 않고 배수구를 시공하도록 했다. 철근 제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철근 위 4㎝까지만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그 위에 방수액 처리를 한 뒤 시멘트에 모래를 섞은 시멘트 모르타르를 덧씌우고 배수 받침과 뚜껑을 설치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배수구는 주변 도로 높이보다 2~3㎝ 높게 돌출된 채로 설치됐다. 결국 빗물이 잘 빠지도록 만든 배수구가 오히려 2~3㎝까지 빗물이 고여야 물을 내보낼 수 있어 배수에 방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렇게 잘못 시공된 배수구는 내부순환도로 전체 22㎞ 구간의 1,307개 배수구 가운데 480개(36.7%)에 달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철근 위에 덧씌운 시멘트 모르타르와 콘크리트의 접합면이 밀착되지 않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빗물이 스며들어 철근을 부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제설제로 살포되는 염화칼슘이 배수구 주변의 틈에 스며들어 철근을 훼손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감사관실은 최근 산하기관인 서울시설관리공단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이처럼 내부순환도로 배수구 확장 공사의 설계 및 시공이 부적정하게 이뤄진 사실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잘못된 설계와 시공이 이뤄진 점이 발견된 이후 나머지 827개의 배수구 설치 공사는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시는 담당 직원을 중징계하는 등 관련자를 문책하고, 내부순환도로에 대한 구조물 상태 평가 및 조치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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