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3시30분, 미국 시카고의 주부 셜리 챔버스(54ㆍ사진)는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과거 3명의 자녀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렸던 전화벨 소리는 이번에도 다시 끔찍한 소식을 전했다. 하나 남은 막내아들 로니(33)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시카고 트리뷴은 29일 4명의 자녀를 모두 총기사고로 잃은 챔버스 가족의 사연을 소개하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상기시켰다. 챔버스씨는 “총기 사고가 통제 불능 상태”라며 “차마 아들의 시신을 볼 수 없었다”고 비통해 했다.
챔버스씨는 1995년 3명의 자녀를 한꺼번에 잃었다. 둘째 아들 카를로스(당시 18세)가 같은 반 친구와 싸움 끝에 길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고 3개월 후 딸 라토야(당시 15세)가 집 앞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숨졌다. 7월에는 큰 아들 제롬(당시 23세)마저 공중전화 부스에서 총격에 사망했다. 제롬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이용하던 중이었다.
이후 17년 동안 챔버스씨는 막내 로니마저 잃을 수 있다는 불안에 떨어야 했는데 이것이 현실이 됐다. 로니는 한때 폭력 조직원이었으며 차량 절도와 마약 거래 등의 혐의로 수감된 적이 있다. 로니는 주차된 승합차에 탄 채 총에 맞아 숨졌으며 차 밖에서 총을 쏜 범인은 체포되지 않았다.
로니는 지난달 유명 토크쇼 ‘리키 레이크 쇼’에 출연해 “지금까지의 환경(조직폭력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겠다”며 “통합 운동을 통해 거리에 평화를 불러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엄마를 지켜야 하고 엄마를 위해 살아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음악업계에서 직장을 구했고 2주 전 집으로 들어와 부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총격전이 일상이 돼 버린 사회에서 로니의 약속은 부질없는 것이 됐다. 챔버스는 28일 치러진 로니의 장례식에서 “시카고가 문제가 아니다”며 “총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라며 총기 규제 강화를 호소했다. 지난달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초등학교 총기 참사 이후 시카고에서만 모두 50명이 총기 폭력 사고로 숨졌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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