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근원지인 미국에서는 고위 관료 후보자를 발표해놓고 그 이후 검증하는 한국식 인사 방식은 생각도 할 수 없다. 백악관 인사국,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이 동원돼 총 233개 항목을 사전 조사한다. 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언론에 후보자들을 흘려 여론 검증을 먼저 받게 하는 방식도 선호한다. 보안보다는 검증을 우선시하는 기본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사전조사 항목은 매뉴얼화 돼 있다. ▦개인과 가족의 배경(61개항) ▦직업 및 교육적 배경(61개항) ▦세금 납부(32개항) ▦교통범칙금 등 경범죄 위반(34개항) ▦전과 및 소송진행(35개항) 등이다.
한국에서는 위장전입, 탈세 등이 인정돼도 후보자들이 갖가지 변명으로 빠져 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범법 사실 그 자체로 후보자에서 탈락한다. 의혹이 있지만 자료가 입증되지 못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그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조사하는데 그 과정에서 결국 후보자가 먼저 사퇴한다.
2008년 연방정부 관직 백서(The Plum Book)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사전 인선에 평균 270여일, 행정부의 인준 준비에 평균 28일, 상원 인준에 50일 등 총 350여일이 소요된다. 1년 가까운 시간을 후보자를 선정하고 검증하고 인준하는데 사용한다.
인준 권한을 가진 상원은 한국의 여당처럼 거수기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상원은 사전검증이 부실한 후보자가 발표되면 검증을 이유로 인준을 무기한 보류(홀드)하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깜짝 인사’ ‘밀봉 인사’를 했다가는 행정 공백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의회가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쓰인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도 ‘홀드’로 인해 상원 인준이 4개월이나 미뤄져 검색하기">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때 미국대사가 공석인 이변이 발생했다.
미국은 인선에 있어 언론을 통한 검증도 활용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기 행정부는 당초 존 케리 상원의원보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국무장관으로 선호했다. 백악관은 언론에 ‘라이스 국무-케리 국방’ 카드를 흘려 여론을 살폈다. 이후 상원 검색하기">공화당이 라이스에 난색을 표하며 백악관과 의회가 충돌하자 라이스는 스스로 물러났다. 결국 국무장관 자리는 인준청문회 통과가 무난한 케리에게 돌아갔다. 한국처럼 정부가 깜짝 발표를 하고 그 후 언론과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면 후보자가 버티다가 사퇴하는 소모적인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이유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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