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러실 건가요? 이게 이번 달 가스 고지서를 받아들고 내가 처음 뱉은 말이다. 이미 지난 달부터 주변에서 가스비 폭탄을 맞았다는 사람이 많았고, 나도 그들과 같이 가스비 폭탄을 받은 터라 이번 달은 입김이 나오도록 추운 방에서 살았는데,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그래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무도 도시 가스 요금이 여름이 시작하는 동시에 올라 주변 누구도 그 인상폭을 잘 몰랐다는 것이다. 인상폭은 무려 4.9%. 정확하게 수치를 따지자면 서울 평균기준 815.78원/㎥에서 856.08/㎥으로 40.3원/㎥ 인상된 것이다. 엄청난 인상폭이다. 그런데 왜 주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었을까? 주변 사람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라 그럴까?
2013년 생활용품인 소주 밀가루 등 식음료 가격 인상과 함께 가정용 상수도 요금이 인상됐다. 1월1일부터 각각 톤당 13.8원, 2.37원 인상돼 4.9% 요금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광역상수도 요금은 현행 281.5원에서 295.3원, 댐 용수는 47.93원에서 50.3원으로 각각 올랐다. 국토해양부는 작년 12월 27일부터 8개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를 노선별로 100∼400원씩 인상한다고 21일 밝혔고, 이에 따라 인천공항고속도로는 현재 7,700원에서 8,000원, 대구~부산 고속도로는 9,700원에서 1만100원, 서울외곽고속도로는 4,500원에서 4,800원 등으로 각각 요금이 인상됐다. 건강보험료 역시 올해에는 또 보험료율이 5.89%로 인상된다. 한국가스공사도 올 1월부터 적용되는 도시가스 도매 요금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제출했으며, 가스 도매 요금은 6월30일자로 4.9% 오른 바 있다. 가스도매요금이 오르면 가정공급용도 바로 오를 것이다. 위의 인상폭과 정확한 수치를 정작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제대로 알고 있을까? 답을 하자면 회의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공요금 인상이 있을 때마다 불편해하다가 적응하고 말아버린다.
사실 공기업은 툭하면 언론에게 욕을 먹는 집단이다. 주로 언론이 제기하는 공기업의 문제는 부실경영과 적자운영. 공기업들은 적자를 민영화와 공공요금 인상, 늘 이 두 가지로 해결해왔다. 민영화와 공공요금 인상. 그들이 잊은 것은 공기업은 공공기관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기업은 공공성에 기반하여야 한다. 당연히 공공 기관은 공공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일어난다고 해도 경영상의 실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적자는 당연히 메워져야한다. 이는 공기업의 적자가 공공성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공기업으로서는 당연한 대처다. 그러나 공기업의 적자가 공공기관의 위기처럼 일괄적으로 보도되고 당연히 공공요금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 행태는 문제가 있다.
단순히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으로 적자를 해결한다면 이는 누구를 위한 경영인가? 공기업의 적자를 공공요금 인상과 민영화로 메우려는 정책은 완전히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한 사기업의 이념과 다르지 않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가격 상승, 귀가 아플 정도로 들은 기업들의 핑계다. 공기업의 효율적 경영으로서의 민영화나 공공요금 인상 말고 관료, 공무원 집단의 단편적인 경영이 아닌 실제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재설정하는 것, 이게 진짜 공기업의 경영방식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이에 회의적이다. 공공기관은 아직도 같은 방법으로 경영을 이어간다. 이 지독한 클리쉐.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나는 촌스럽다고 믿고 있다. 그리나 우리는 이 촌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 실제로 공공요금을 내는 사람들이 인상과 인상폭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접하지 못하고 일단 적응해야하는 곳에, 우리는 살고 있다.
천정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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