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도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철도는 높은 친환경성, 안전성, 수송효율성 등의 장점으로 미래 녹색교통수단으로 재평가 받아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을 보면 2020년까지 총 88조원을 투자하고, 같은 기간 철도 총연장을 3,557㎞에서 4,934㎞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도로에 집중됐떤 교통체계가 철도중심으로 이전되어 새로운 철도발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정책전환은 아무런 대가없이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철도발전을 위한 철도개혁을 추진하여 왔으나, 철도파업, 노조반대에 가로막혀 번번히 실패에 그쳤다. 이후 수많은 대가를 치른 끝에 2004년에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철도구조개혁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마스터플랜의 기본내용은 철도의 시설(공공부문)과 운영(상업적부문)을 분리시켜, 철도시설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철도운영부문은 경쟁을 도입해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최근 철도에 대한 투자 확대와 관심은 철도구조개혁이 일궈낸 성과인 것이다. 그러나 철도는 새로운 기회에도 불구하고, 철도운영의 만성적 적자라는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114년간의 장기독점으로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일반철도의 경우 7년 연속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부채는 2004년 5조8,000억원에서 2011년 10조8,000억원으로 급증했고,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2020년에는 2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부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메꾸어야 한다. 철도투자가 확대되면 될수록 영업적자, 건설부채가 커져 국민의 부담이 가중되는 늪에 빠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철도가 처한 위기를 보면, 바로 지금이 철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정부는 2004년 마련한 마스터플랜에 따라 철도운영부문에 경쟁을 도입해 그간의 구조개혁을 완성하려 하고 있다. 수서발 KTX 노선의 경우 신규노선이기 때문에 경쟁을 도입하더라도 코레일의 고용불안이 없고, 개통을 2년여 앞둔 지금이 경쟁도입을 위한 적기라는 평가이다. 또한 소유권 매각이 아닌 임대형식, 코레일 보다 평균 20% 낮은 요금, 높은 시설사용료를 받도록 해 특혜소지를 제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은 안전, 고용불안 등 여러 피상적 문제점을 제기하며 정부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코레일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이미 마스터플랜 수립과정에서 수많은 토론과 논의를 거친 내용이다. 코레일은 3대 정권에 걸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또다시 소모적 논쟁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에 대한 올바른 지적은 긍정적 환류를 통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확정된 정책을 집행하는 시기마다 논의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자 한다면 어떠한 변화도 발전도 있을 수 없다.
코레일의 반대에는 대안이 없고 만성적자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다.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현상유지를 위한 핑계만이 존재한다. 현 철도부채의 증가가 국민에게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자신들의 기득권 침해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만 보인다.
96년 국영철도 경영개선 계획 등 우리철도는 그동안 독점체제하에서 수많은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였으나 모두 실패했고 오히려 부실만 증가됐다. 이런 문제는 독점에 따른 폐해이며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 경영개선을 바라는 것은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꼴이다.
현재 철도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코레일의 주장처럼 현재 상황이 전혀 문제가 없고 코레일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만을 늘리면 되는 문제인지, 수십 년간의 논의 끝에 이뤄낸 합의에 따라 독점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것인지 선택할 시점이다. 그 선택에 따라 철도산업을 암울했던 과거 시절로 되돌릴 수도, 10년간 노력의 결실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오순택 서울과학기술대 건설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
오순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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