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롯데 등 재벌기업의 금융권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9조5,923억원) 1위인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계열사 적립금이 무려 4조7,754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절반(49.8%)에 육박했다.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전체 적립금 규모 5위(4조5,101억원)에 오른 HMC투자증권의 경우 전체의 90%가 넘는 4조1,045억원(91.6%)이 계열사 물량이었다. 현대차 계열을 제외한 적립금 규모는 20위권 밖에 머물 정도로 미미했다.
계열사 비중만 보면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7,163억원 중 계열사 물량이 93.9%(6,726억원)에 달한 롯데손해보험이 1위에 올랐다. 현대중공업 지원 물량이 전체의 81.7%에 달한 하이투자증권이 HMC투자증권(91.6%)에 이어 3위에 올랐고, 삼성생명(49.8%)과 삼성화재(44.4%)가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계열사 물량을 제외한 적립금 순위를 보면 신한은행(6조960억원), 국민은행(6조863억원), 우리은행(5조2,223억원)이 1~3위에 올랐다. 삼성생명(4조8,169억원)이 뒤를 이었으며, 기업은행(4조3,645억원), 하나은행(2조9,258억원)이 각각 5, 6위를 기록했다. 이어 교보생명(2조5,927억원), 농협은행(2조5,402억원), 산업은행(2조3,934억원) 순이었으며 증권사로선 미래에셋증권(2조1,461억원)이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재벌기업의 금융계열사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지적되자, 지난해 4분기 실적부터 적립금 규모를 '자기 계열사'와 '기타 가입자'로 구분해 공시키로 하고 최근 공개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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