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기를 심하게 앓았던 40대 김모씨. 한달 넘게 감기치료를 받은 후 완쾌된 줄 알았던 김씨는 귀밑에 작은 혹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감기 뒤끝이려니 했지만 콩알 만하던 혹은 손가락 마디만큼 커졌다. 6개월 만에 병원을 찾은 김씨는 "림프절 결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다행히도 전염성이 없는 음성이라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결핵이라고 하면 폐결핵만 있는 줄 알았던 김씨는 이후 반년 동안 결핵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난해 의료기관이 신고한 신규 결핵환자가 처음으로 4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30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2년 법정감염병 감시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발병해 신고한 결핵환자는 4만126명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4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감염병 환자(9만3,119명) 중 43.1%로 가장 비중이 컸다. 집계를 시작한 2001년 3만4,123명이었던 결핵환자(신규 기준)는 이후 3만5,000명 안팎을 유지하다가, 2011년 3만9,557명으로 상승하더니 지난해 4만명을 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결핵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핵환자는 2010년 기준 10만명 당 97명으로, 미국(4.1명) 독일(4.8명) 영국(13명)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선진국 중 가장 높은 편인 일본(21명)보다도 5배 가량 많다.
최근 몇 년 새 결핵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폐가 아닌 흉막 림프절 뼈 눈 귀 등에서 결핵균이 발현되는 폐외결핵 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나경인 연구사는 "과거에는 의료기관에서 폐결핵만 결핵환자로 신고했으나, 결핵예방정책이 강화되면서 최근 폐외결핵까지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결핵 환자 중 폐외결핵 환자의 비중은 2005년 13.5%였으나 2011년 22.5%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폐결핵환자 5명 중 1명이 폐외결핵 환자라는 의미다.
이승철 질본 결핵퇴치추진팀 책임연구원(흉부외과 전문의)는 "림프절이 붓거나(림프절결핵) 몸이 붓는(심낭결핵) 등 증상이 있어도 환자 대부분은 결핵이라고 자각하지 못한다"며 "뇌수막 등에서 발현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폐결핵보다 더 위험하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외국인 결핵환자도 크게 늘었다. 2010년 849명이었던 외국인 결핵환자는 2011년 1,213명으로 42% 증가했다.
'결핵 후진국'의 오명을 탈피하기 위해 정부는 2010년 120억원이었던 결핵 관련 예산을 2011년 47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지난해와 올해 예산도 390억원이다. 이에 따라 노인, 장애인, 외국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 X선 검사, 객담(가래)검사 등을 지원하는 결핵예방사업 대상도 2011년 15만명에서 지난해 18만명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현재 10만명 당 100명 수준인 결핵환자를 2020년까지 10만명 당 50명으로 낮출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전체 감염병 환자는 2011년 대비 5.7% 감소한 9만3,119명이었다. 결핵 등 만성감염병 환자(4만995명)는 전년보다 1.3% 늘었고, 백일해, B형 감염 등 급성감염병 환자(5만2,124명)는 전년보다 10.5% 감소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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