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4시 9분. "와!" 조마조마하게 화면과 계기판을 번갈아 살피던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의 기술진에게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너나 할 것 없이 환호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2009년 8월 첫 발사 시도 때부터 3년여 동안 애타게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2번의 실패와 연이은 중단으로 나로호의 이번 3차 발사 도전은 여느 시도 때보다도 한층 더 팽팽한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한 단계 한 단계 고비를 넘을 때마다 기술진은 물론 취재진도 숨을 죽였다. 우주를 향해 날아오른 지 약 2시간 만에 나로호에 실려 있던 나로과학위성이 정상 궤도에 진입한 걸 확인한 뒤에야 나로우주센터를 둘러쌌던 긴장의 끈이 풀렸다. 최종 성공 여부는 31일 새벽 4시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의 교신이 이뤄진 직후 확정된다.
"세상에서 가장 긴 2분"
발사 예정 시각 15분 전인 30일 오후 3시 45분 자동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발사 장면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혹시 이번에도 발사가 중단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카운트다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발사 3.8초 전 1단 로켓의 엔진에 불이 붙었다. 나로호는 140톤의 육중한 몸을 이끌고 900m 상공까지 단숨에 치솟았다.
이륙 후 20여 초에 방향을 남쪽으로 튼(킥 턴) 나로호는 고도 7.2㎞, 발사대로부터 거리 0.8㎞ 지점에서 음속(마하1·시속 1,225㎞)을 돌파했다. 그리고 제주도와 일본 규슈 후쿠오카에서 각각 수평으로 100km 떨어진 중간 지점을 지나 발사 후 3분이 채 안돼 고도 100㎞를 넘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기술진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긴 2분"이었다.
발사 후 3분 35초 고도 177㎞ 지점에서 나로호 가장 윗부분에 실린 나로과학위성을 덮고 있던 페어링(위성덮개) 양쪽이 분리됐다. 첫 발사 실패의 원인이었던 이 단계를 무사히 넘어서자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발사 성공의 기대감이 한층 고조됐다. 이어 역할을 다한 1단 로켓의 엔진이 정지됐고, 발사 후 3분 52초 고도 193㎞ 지점에서 1단 로켓이 떨어져 나갔다.
9분후 우주궤도에 올라
1단 로켓을 내려놓은 뒤부터는 우리 기술로 만든 2단 로켓의 임무가 본격 시작됐다. 나로과학위성을 실은 2단 로켓은 발사 후 6분 35초 고도 303㎞ 지점에서 엔진을 점화해 그로부터 약 1분 뒤 순조롭게 고도 305㎞의 목표 궤도에 진입하고 엔진 연소가 종료됐다.
발사 후 9분. 드디어 발사체의 최종 임무 수행 차례다. 2단 로켓이 나로과학위성을 분리해 우주공간의 정해진 궤도에 올려놓는 단계다. 나로우주센터 전광판에 '나로과학위성 분리 완료' 메시지가 뜨면서 발사 자체의 성공이 확정되자 초조하게 숨죽이고 있던 센터 내부는 순간 환호에 휩싸였다. 발사 과정 전체가 제때, 순서대로 순조롭게 이뤄졌음이 확인된 것이다. 발사통제동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윤웅섭 한국연구재단 거대과학단장은 "꿈만 같다. 실감이 안 난다"며 감격했다.
이후 30여 분간 기술진은 나로호가 이륙한 직후부터 받은 비행 속도와 높이 등의 텔레메트리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다시 한번 분석했다. 분리된 나로과학위성이 제 궤도를 정상적으로 돌며 작동하고 있는지가 확인된 건 나로호 발사 후 약 2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나로과학위성이 지상으로 보내는 신호를 노르웨이 트롬소 수신국이 처음으로 포착했다. 나로과학위성은 앞으로 초속 약 8㎞의 속도로 납작한 타원형 궤도를 따라 지구 주변을 돌며 우주관측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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