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이면 필자는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메일을 받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오는 한 법조인의 '월요편지'가 그것이다. 검사장 시절부터 쓰기 시작한 이 메일은 자신의 일상, 이를테면 주말에 본 영화 얘기, 가족과 오붓하게 나눈 대화의 한 부분, 공직생활 끝에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며 경험한 얘기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하다.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이 메일을 보며, 소소한 일상 속의 잔잔한 행복을 전달받고, 세상 살아가는 즐거움을 함께한다.
이제 박근혜 당선인은 곧 대통령으로서 5년의 생활이 시작된다. 국민들은 박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살면서 체감한 점과 국민의 열망을 현실에 반영하는 정책 결정과정에서의 고민과 호소 등을 오롯이 들어보고 싶어 한다. 의례적이 아닌, 진심과 진정 어린 소식을 받아보고 싶다. 박 당선인은 자신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하였다. 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많다. 그렇다면 친정 식구에게 결혼 생활을 털어놓듯, 정감 어린 박 당선인의 편지를 국민 모두 친정 식구가 되어 읽을 수는 없을까.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부동(不同), 곧 '같지 않다'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제대로 된 해석이 나온다. 우리 모두는 같지 않다. 자연인으로서 사람 하나하나 그렇지만, 한 나라에 살고, 한 직장에서 일한다고 다 같은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하다. 모두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체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같지 않기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의를 위해서 화합한다. 이것이 참된 민주주의의 기초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이긴 쪽은 예외 없이 국민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내세웠다. 박 당선인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국민대통합위원회라는 조직까지 만들었다.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니 다같이 하나가 되자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부동'의 의의를 저버린 말이어서는 안 된다. 같지 않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먼저여야 한다. 통합과 상생을 내세우고도 화합에 실패한 앞선 대통령들의 경우는 대체로 이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지 않아 삐걱대고 말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통합과 상생은 명분이요, 나와 뜻과 행동을 같이해야만 살아남는다고 은근히 겁주다 그렇게 되고 말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화이부동과 대구를 이루는 말이 동이불화(同而不和)이다. 같은 데 화합하지 못하다니 의아하겠으나, 사실 같은 척했지 결코 같지 않았다. 이는 아부꾼이나 하는 짓이다. 대통령은 대의로 화합하는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 자신을 지지한 사람과 반대편의 같지 않은 사람이, 서로 각자의 길을 가다가도 하나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다림과 설득과 양보와 희생을 갖추지 않고는 이 순간을 맞이하기 어렵다. 이 과정은 처절한 가시밭길일 것이다.
불굴의 의지로 가시밭길을 넘을 수 있다. "나에게는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다"는 당선인의 말에서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전쟁터로 나가는 장수의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오히려 기쁠 때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슬플 때 같이 목 놓아 우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 대통령은 가시밭길의 상처 난 마음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된다. 이 고백이 두루 통할 때 대통령의 상처는 치유되고 행복하리라.
박 당선인은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선거기간 중 청바지를 입고 싸이의 말춤도 추고 재래시장에서 무엇인가를 사먹으며 크게 웃는 모습, 이것이 선거 전략에 의한 이미지 창출이 아니라 대통령의 행복한 일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임기를 마친 후, '박근혜의 행복편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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