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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책임총리제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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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책임총리제 성공하려면

입력
2013.01.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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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29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두 아들 병역면제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여러 가지 논란이 확산되자 "부덕의 소치로 국민과 당선인에게 누를 끼쳐 사퇴를 결심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책임총리제가 처음부터 삐걱거리며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법 제87조에 따르면, '국무위원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해 행정부의 통할권을 가진 총리가 국무위원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국무위원 임면권을 쥔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라는 취지지만, 역대 총리 중 실질적으로 이를 행사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총리를 지냈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제한적 권한 행사에 불만을 표시하다 4개월 만에 사표를 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책임총리제가 더욱 주목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실질적인 권한을 총리에게 부여해야 책임총리제가 정착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행사할 경우 '책임총리'가 아닌 '의전총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리가 임명권자 눈치를 안 보고 장관 임명에 관여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런 맥락에서 개헌이야말로 책임총리 실현의 주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총리에게 실효적인 내치와 부처조정이 가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임면권, 눈치 안 볼 수 없어… 개헌 통해 국회가 지명서 인준까지"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도적 뒷받침 없으면 공염불

장관 제청 등 소신 펼 수 있어야

제왕적 대통령 폐단 해소 가능

요새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지명에 관한 것들이었다. 물론 자진 사퇴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지만, 그의 자진 사퇴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총리 후보자의 청렴성과 준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남겼고, 또 한 가지는 김 인수위원장이 과연 책임 총리에 적합한 인물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김 총리 후보자는 박근혜 당선인의 생각을 잘 읽고, 또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대로 잘 처신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요소들이 곧 책임 총리로서의 자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책임 총리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권력자의 의중을 잘 읽는 능력보다는 소신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관장하고 헌법상 보장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책임 총리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이 책임 총리를 원하면 책임 총리가 가능해지지만 원하지 않으면 그냥 의전 총리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번만 봐도 그렇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기간 동안 대통령의 권력 분산과 책임 총리를 외쳤지만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그런 의도가 진짜 있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책임 총리의 도입이 우리나라 정치의 폐해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앨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감안하면 책임 총리의 구현을 대통령의 의중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물론 이번 총리실 개편안을 보면 과거 노무현 정권 때 있었던 국무 조정기능을 부활시켰는데 이것은 총리의 역할을 강화하려 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국무조정기능이라는 것이 단순히 국무총리실을 국무조정실로 이름만 바꿔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것 말고 또 다른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제도적 뒷받침이란 바로 총리의 지명부터 인준까지의 과정을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과 같이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게 되면 총리가 아무리 소신이 있고 그런 소신을 바탕으로 국무 조정기능을 발휘하려 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리의 지명과 인준까지의 모든 과정을 국회가 담당하면 책임 총리가 비로소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즉 이원집정부제 방식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개헌을 하면 총리의 장관 제청권도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책임 총리라고 할 때 장관 후보자를 3배수 정도 대통령에게 제청할 수 있어야 하고 대통령의 인선 과정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상태로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 조직 개편안에 의하면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선위원회가 만들어지는데 만일 여기서 인선에 관여하게 되면 총리의 인사권의 폭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국은 권력자 즉 대통령의 의중대로 인사가 이루어지게 되고 총리는 지금처럼 거의 의전 총리수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총리가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장관 임명에 관여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개헌 얘기가 대선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지만 대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만다. 아마 대선 때는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개헌을 외치지만 막상 권력을 잡으면 생각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물론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기간 동안 개헌을 외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인의 책임총리제 약속을 지키려면 개헌이 필요하고 그렇다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개헌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연 박근혜 당선인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열성을 보일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장관·부처 통제할 수단 사실상 없어… 총리실에 예산·인사 재량권 부여부터"

●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헌법에 보장된 권한·책임 부여

대통령은 중점과제 전념하고

일상적 행정·內治 총괄하도록

음식에도 궁합이 있듯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국가의 제도들도 서로의 존재와 결합으로 인해서 다른 제도의 효과를 증진 시키는 제도적 상보성이 있는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우리의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과 국무총리제도에 대해서 과거 많은 학자들이 외국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로서 이러한 제도적 상보성이 높지 않는 제도라고 이야기 했다.

현행 우리의 제도 하에서는 대통령에 임명되는 순간부터 광범위한 권한과 권력을 부여 받는다. 따라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도 헌법상 많은 권한이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에 생겨났다. 하지만 우리의 대통령제는 5년 단임제다. 따라서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5년이라는 한정된 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모든 것에 관여하려 했기에 핵심과제의 달성에 미흡하였고, 이에 무리한 추진이 많았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은 당면한 국가현안의 해결과 더 나은 국가미래를 위해 내세운 국정과제인 대통령 공약들의 추진에만 전념하고 일상적인 행정과 내치에 관련해서는 총리와 각 부 장관에 위임을 해야 성공한 국정수행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치쇄신의 공약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대통령 인사권을 분산하고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책임총리제를 제시했다. 이의 핵심으로 국무위원 3배수 제청권 보장과 국무회의의 사실상 주재, 정책조정 및 정책주도기능의 대폭 강화를 통해서 총리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총리의 헌법상 보장을 통한 위상강화가 과연 성공적인 책임총리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더불어 현행 대통령제하에서 가능할 것인가?

우선적으로 책임(責任)이란 단어의 정의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와 의무, 그리고 그 임무의 결과에 대해서 지는 부담을 말한다. 실제로 책임총리제가 되기 위해서는 총리에게 실제 재량권을 가진 권한을 주고 그 일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총리에게 전담해서 해야 할 업무와 권한이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통령이 중점과제에만 전념하고 총리는 일반적인 부처를 총괄하는 행정전반의 내치와 이와 관련된 부처 간 업무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즉, 전반적인 국정관리를 수행한다. 이런 부처 간의 업무 조정을 포함한 국정관리가 총리에 의해 실효성있게 이루어지는 책임총리제가 되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관리수단이 필요하다. 즉, 정책 평가와 이를 통한 개인의 통제로서 인사와 조직의 통제로서 조직과 예산의 배분 권한이다. 실질적으로 이러한 권한이 주어져야지 총리의 위상이 강화되어서 부처의 조정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이를 위해 총리에게 부여된 것은 헌법에서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권의 인사에 대한 권한과 정책평가기능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현행 대통령제하에서는 장관과 국무위원의 제청과 해임건의가 이루어지기 힘들고, 이루어진다면 이는 대통령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적으로 장관들과 부처에 대한 통제가 쉽지 않고 책임 있는 총리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부처 공무원의 인사의 경우 소속장관과 안전행정부에 의해 이루어지기에 실제 총리의 실효적 관리수단은 없다. 예산의 경우 강력한 관리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적으로 많은 부처들이 총리실보다는 과거 경제부총리 또는 기획재ㅊ括?파워에 눌린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정권에서도 예산기능이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경제부총리의 권한이 총리보다 클 수 있다. 따라서 제도적 상보성이 높은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책임총리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평가기능과 더불어 이를 반영하여 부처 조정의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 예산처와 공무원 인사와 조직을 담당하는 가칭 행정관리처를 총리실 산하에 두는 조직개편이 이뤄져아 한다. 이를 통해 총리에게 실효적인 내치와 부처조정이 가능한 권한을 부여하여야지 현행 대통령제와 상보성이 높은 책임총리제가 구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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