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저 삼성에 다니는 줄만 알았는데, 불쌍한 내 아들아!"
29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불산 누출 사고로 숨진 박모(34)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동구 천호동 친구병원 장례식장에는 유족들의 절규가 끊이지 않았다. 아들의 황망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 아버지(60)와 어머니 허모(55)씨는 "이럴 수가 없다"며 내내 오열했다. 부모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아들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것을 항상 아파했다. 박씨는 방위산업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STI서비스에 입사해 10년 간 근무했다. 위험천만한 불산을 다루면서도 "따뜻하고 시원한 사무실에서 편하게 서류만 보고 있다"고 부모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박씨는 이 일을 하면서 야간 대학을 다닐 정도로 성실했다. 그러면서 동생의 대학 학비를 댄 듬직한 형이었다. 동생을 먼저 출가시키고 올해 자신도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
"내년 졸업 예정인 아들은 2년 간 장학금을 받았다. 아직도 '아버지 저 장학금 받았어요'란 아들의 자랑이 귓전에 맴돈다." 아버지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박씨가 방제복을 입지 않고 작업했다'는 삼성전자의 최초 발표는 유족들을 또 한번 분노케 했다. 유족들은 "동료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고 초반 불산 누출이 경미할 때는 가스마스크를 쓰고 작업했지만 상황이 커진 후에는 줄곧 방제복을 착용했다"며 사실규명 때까지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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