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 김명호(55) 전 교수가 “수감 중 교도소 창문에 설치된 자살 방지용 방충망 때문에 햇볕 쬘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동료 재소자들을 모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마치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볕을 가리지 말라’고 일갈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흉내 낸 것 같은 주장에 재판부도 철학적 판결문으로 화답해 화제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2단독 정석원 판사는 김 교수 등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3,2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의 방식으로 자연 채광이라는 사익과 자살 방지라는 공익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자살 방지로 지킬 수 있는 인간의 생명은 다른 어떤 기본권보다 우선하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이며, 이를 자연 채광을 못해서 생긴 불이익과 비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1월 교도소를 현장 검증하기도 한 재판부는 “밝은 자연광을 감상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방충망 설치로 인해 빛이 주는 온기와 밝음, 에너지에 대한 상실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여 그 정신적 고통은 충분히 공감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2007년 자신의 사건을 맡은 판사에게‘석궁 테러’를 한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돼 원주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출소 후 교도소가 재소자 자살 방지를 목적으로 설치한 방충망이 자연광과 통풍을 막았다며 소송을 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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