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들의 이월금 쌓기 관행을 고칠 수 있는 장관의 시정명령권이 생겼지만, 이월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와 이를 넘겼을 때 처벌조치가 없어 사문화 우려가 높다. 이월금은 대학들이 해당 연도에 쓰지 않고 다음 해에 넘기는 돈으로, 등록금 인상의 원흉으로 지적돼왔다.
2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 1일 통과된 개정 사립학교법에 '교과부 장관은 사립대의 이월금이 재정규모에 비해 과다한 경우에는 이월금을 줄이기 위해 시정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32조3항)는 조항이 신설됐다. 개정 사학법은 사립대의 회계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학생들에게 받은 등록금의 쓰임새를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사립대의 회계 구분을 '등록금회계'와 '비등록금회계'로 바꾸고, 이월금 관련 시정요구도 신설했다.
그러나 이월금의 적정 상한, 시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따르는 처벌 조치 등이 명시돼있지 않아 있으나마나 한 조항이 되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등록금 적립금은 그나마 2011년 법 개정을 통해 해당년도 건물의 감가상각비만큼만 쌓을 수 있도록 한도를 뒀지만, 이월금을 규제하겠다는 법안에 '과다'의 기준조차 없어 이대로라면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등록금을 올리고 있는 사립대들이 이월금이나 적립금만 풀어도 등록금을 충분히 인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받은 등록금을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쓰지 않고 아껴 이월하고, 다음해 예산을 편성할 때는 이월금을 과소 추계해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감사원은 대학감사 백서에서 "등록금 의존율이 높거나 당해 연도 수입 가운데 지출하지 않은 차기 이월자금이 많을수록 등록금이 비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결 또는 인하 분위기 속에서 올해도 등록금 인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연세대와 고려대도 이월ㆍ적립금 누적액 상위를 달리고 있는 학교들이다. 이화여대 8,700억여원, 연세대 5,900억여원 등 서울에 있는 20개 사립대가 쌓아둔 이월ㆍ적립금은 약 4조800억원에 달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은 "대통령령을 통해서라도 이월금의 상한선을 못박고 이를 어겼을 경우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재정지원 감축 등 처벌 조치를 명시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하고 외부감사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사학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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