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29일 설 특별사면 단행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강력 비판하면서 신ㆍ구 정권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박 당선인 측의 비판 정도가 매우 강경하다는 측면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갈등 확산이 양측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기 때문에 파장이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당선인 측은 특사 단행에 대해 '이 대통령 책임론'까지 거론하며 초강경 반응을 보였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부정부패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면서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의 직접 발언은 아니지만 수위가 매우 높다. 윤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은 지 30분 뒤에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도 추가로 입장을 내놓았다. 조 대변인은 "이번 특사 강행 조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 측이 이처럼 특사에 대해 초강경 입장을 밝힌 것은 부정적 여론이 많은 특사에 대해 침묵할 경우 새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선 긋기'를 해야 특사가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번 특사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상당한 부담을 준 것"이라고 박 당선인 측의 불만스런 기류를 전했다. 특히 '그냥 비판하는 모양새만 취하고 실제로는 신·구 정권 간에 조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박 당선인이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자신의 '원칙과 신뢰'를 고수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충돌로 양측의 갈등이 확산돼 정권 인수ㆍ인계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나아가 이 대통령 퇴임 이후 양측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친이계 의원은 "배경이 어떻든 이번 일로 양측 관계가 미묘해진 측면이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내심 "박 당선인 측이 너무 강하게 나온 것 아니냐"는 불만 기류도 존재한다.
양측은 200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 2008년 총선 공천 파동,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크게 세 차례의 큰 충돌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일이 양측의 갈등이 재연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4대강 사업 등 정책에 대한 신ㆍ구 정권 차별화가 이뤄질 경우 갈등이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충돌이 더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 당선인 측으로선 신ㆍ구 정권 갈등 양상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게 없고, 이 대통령 측으로서도 새 정부와의 관계가 나쁠 경우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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