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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 수리 때 불산 흥건" 누출량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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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 수리 때 불산 흥건" 누출량 의문

입력
2013.01.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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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사고에 대해 29일 경찰이 원인조사에 나섰지만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5시간 동안의 사고 신고 지연 이유는 물론 배관 수리시 안전규정 준수 여부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데다 관련자들도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산 누출량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삼성 불산 누출사고 재구성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11라인 불산 저장탱크(500ℓ) 공급장치에 이상 징후가 발견된 시각은 27일 오후 1시22분. 50% 농도의 불산 용액이 배관을 통해 누출되면서 경보기 센서가 작동했다. STI서비스는 현장을 둘러본 후 "누출이 경미해 밤늦게 수리해도 된다"고 안이하게 판단했다. 삼성전자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일단 누출 부위를 비닐봉지로만 막아놓았다. 10시간여 뒤인 오후 11시쯤 박모(35)씨 등 STI서비스 직원 5명이 배관 수리를 위해 도착했을 때 냄새가 강하게 코를 찔렀고 바닥에는 불산 용액이 흥건했다. 내산 가운에 마스크만 쓴 채 현장에 들어갔던 직원들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다시 나와 방제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후 작업에 들어갔다. 오전 2시쯤 박씨 등이 밸브를 교체했지만 누출이 계속되자 밸브를 또다시 교체하느라 오전 4시40분 수리를 완료했다. CCTV 확인결과 작업을 마친 뒤 현장을 나올 때 박씨만 방제복 대신 내산 가운만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그로부터 3시간여 뒤인 오전 7시30분쯤 회사에서 목, 가슴에 통증을 호소해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후1시10분쯤 숨졌다.

경찰은 STI서비스 대표와 안전관리책임자, 인사담당자 등 3명을 불러 조사했으나 이들은 "현장 처리에 급급해 신고를 못 했지만 작업은 절차대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자 4명과 관련자들이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불산 보관 및 관련 작업일지, 사고 현장 내부 CCTV 등을 확보해 조사하고 문제의 밸브도 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고 밝혔다.

STI서비스 직원, 불산누출량 의구심

삼성전자는 이번 불산 사고에서 50% 농도의 불산 용액이 2~3ℓ로 극히 소량 누출됐다고 발표했지만 STI서비스 일부 직원은 "더 많은 양이 흘렀을 것"이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STI서비스에서 불산 관련 업무를 3년째 맡고 있는 A씨는 "불산 희석액 2~3ℓ가 있는 상태에서는 방독면 없이도 작업하기도 하는 데 사망까지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희석액이 30ℓ 이상 다량 유출됐거나 원액 또는 희석액이 숨진 박씨의 몸으로 분출돼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고 당시 숨진 박씨와 함께 수리 작업을 했던 또 다른 박모(33)씨도 "현장에 들어갔을 때 탱크 아래 비닐봉지를 받친 부분에 불산이 넘쳐 흘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이 사고 발생 후 25시간이 지나 현장에 도착했지만 삼성전자 측이 1시간 동안 현장 접근을 차단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탱크에 남은 불산 용액 양을 역산해 측정한 것으로 2ℓ 정도 누출된 게 확실하다"며 "박씨가 방제복도 없는 상태에서 상당시간 작업을 하다 불산에 과다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성=김기중기자 k2j@hk.co.kr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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