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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학교 밖 아이 보듬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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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학교 밖 아이 보듬는 교사들

입력
2013.01.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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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미리 보지 말고 문제 한번 풀어보자. 그러고 보니 오늘 머리모양들이 멋진데."

칠판 앞에 교사가 서 있고 의자에는 학생들이 앉아 있으니 교실은 교실이다. 헌데 앳된 아이들의 차림새가 하나 같이 예사롭지 않다. 남녀 학생들 모두 머리는 노릿한 색으로 물들였고 귓불을 뚫어 큼직한 귀고리를 걸었다. 화장기가 감도는 여학생들의 얼굴은 여느 학교에서 마주치는 여학생들의 민낯과 확연히 달랐다.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삐뚜름하게 앉아 칠판을 노려보는 남학생의 품새에서는 흔히 일컫는 불량학생의 분위기마저 물씬 풍겼다.

28일 오후 7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서울SOS아동복지센터 안의 한 교실 풍경이다. 공교육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이는 교실이지만 이 아이들을 지도하는 이들은 모두 현직 교사들이다. 정규 수업이 끝나 여가시간을 즐겨야 할 교사들이 시간을 쪼개 다시 교단에 선 것이다.

교사들이 학교 밖에서 진행하는 이 교실의 이름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사랑애바라지 아카데미'. 서울시 강서교육지원청이 주관하고, 서울SOS아동복지센터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애바라지는 음식이나 옷을 대주는 등 여러모로 돌봐 준다는 의미의 '뒷바라지'에서 따왔다.

이 교실에서는 매주 평일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 고입검정고시 과목을 가르친다. 학생 12명은 대부분 우울증 또는 소년범죄로 보호관찰 중이거나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중도 이탈한 15~17세 청소년들. 저소득가구나 한부모 등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반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아이들도 있다.

당연히 교육비는 무료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퇴근 후 무임금 봉사를 하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취지는 좋으나 선뜻 나서줄 교사가 있을까'란 우려가 컸지만 기우였다. 교실을 열기 한달 전인 지난해 9월 '바라지 샘'을 모집한다는 공고에 강서ㆍ양천구 초ㆍ중ㆍ고교 교사 17명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학교에서 품어주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연민과 교사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분명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이유였다. 서울 공항중 과학교사 황재서(58) 선생은 "이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공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나 역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반 학교에서 용납되지 않는 복장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거친 언어, 좀체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들에게 적응하는 것은 현직 교사들도 쉽지 않았다. 국어를 가르치는 서울 양화초교 김용만(41) 선생은 "수업 중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같이 사진을 찍자며 달려들기도 하고 칠판에 야한 농담을 써놓는 등 처음에는 돌출행동에 많이 당황했다"며 "곰곰이 생각해보면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한 탓인 것 같아 오히려 더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뚝뚝한 진심은 서서히 통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외출을 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을 앓다 2년 전 학교를 그만둔 이모(16)군은 "학교를 오래 쉬어 자신이 없었는데 이곳에 온 뒤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보호관찰 중에 있다는 김모(17)양도 교사들 앞에서는 이제 진심을 내비친다. "여기 들어올 때 엄마가 입학선물이라며 사준 실내화를 보면서 오늘도 다짐한다. 선생님들 덕분에 올해 검정고시는 무조건 패스라고!"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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