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의 '쿠바 특급' 레오가 3년 만에 상봉한 어머니 앞에서 훨훨 날아 올랐다.
레오는 지난 25일 오전 쿠바에서 러시아를 경유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어머니 마르티네스 이네스씨를 만나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레오는 지난 2010년 쿠바를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했고, 그 탓에 어머니를 만날 수 없었다. 이네스씨 역시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받아 국제전화를 통해서만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었던 모자였지만 최근 이네스씨는 쿠바의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로 인해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됐고 삼성화재 구단에서 항공 및 체류비용 일체를 부담해 레오의 어머니를 초청했다.
이날 아내 스테파니와 아들 이안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어머니 앞에서 레오는 '쿠바 특급'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레오의 활약에 힘입은 삼성화재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NH농협 V리그 KEPCO와의 경기에서 3-1(25-19 23-25 25-18 25-14)의 완승을 거뒀다.
선두 삼성화재는 5연승의 신바람을 달리며 16승3패(승점 46)로 2위 현대캐피탈(승점 34)과의 격차를 벌렸다. KEPCO(1승18패ㆍ승점 3)는 16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어머니가 보고 있는 가운데 레오는 경기 초반 다소 긴장한 듯 몇 차례 범실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1세트에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7득점을 뽑아냈다.
15연패를 끊어내려는 KEPCO의 반격에 밀려 2세트를 내준 삼성화재는 3세트 초반 주전 세터 유광우가 수비 중 왼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하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삼성화재에는 해결사 레오가 있었다. 레오는 고비마다 상대 코트에 강 스파이크를 꽂아 넣으며 팀을 위기에서 구출했다. 3세트를 25-18로 따낸 삼성화재는 4세트 24-14에서 박철우의 오픈 공격이 성공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레오는 이날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 각각 2개를 포함해 23득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좌우 쌍포인 박철우도 양 팀 최다인 24득점으로 화력을 보탰다.
레오는 경기 후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겐 큰 축복이다. 경기 중간에 조금 긴장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여자부 경기에서는 현대건설이 KGC인삼공사에 3-0(25-19 25-18 25-10)의 승리를 거뒀다. 10승9패(승점 29)가 된 현대건설은 3위 도로공사(승점 32)를 바짝 추격했다. KGC인삼공사는 16연패의 부진에 빠지며 1승18패(승점 5)가 됐다. 현대건설 야나는 양 팀 최다인 23득점(공격성공률 62.5%)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KGC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케이티가 어머니가 위독한 관계로 지난 23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바람에 힘없이 무너졌다.
수원=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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