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구매가격을 높고 한국전력과 민간발전회사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전은 현재 가격체계가 민간발전사에 폭리를 안겨주고 있는 만큼 깎아야겠다는 입장이고, 민간발전사들은 이윤이 줄어든다면 발전소를 돌릴 이유가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력당국이 한전측 입장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자 민간 발전사들은 탄원서에 이의신청서까지 공식 제출하는 등 양측의 대결은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는 전날 실무협의회를 열어 한전이 낸 ‘연성 정산상한가격’(Soft Price Cap)제도를 도입키로 의견을 모았다. 정산상한가격이란 민간기업들이 운영하는 발전소의 전력을 한전이 구매할 때, 그 상한선을 두는 제도다.
지금은 한전이 민간발전소에서 전력을 구매할 때, 특히 전력난이 발생해 생산원가가 높은 발전소까지 돌려야 할 때, 구매가격을 발전단가가 가장 높은 발전기에 맞춰 책정했다.
현재 발전기별 발전단가는 원자력(㎾h당 4원, 지난해 6월 기준)이 가장 싸고 다음으로 유연탄(50~60원), LNG(150~180원), 벙커C유(200~250원), 소형LNG열병합(270~300원), 디젤(400원) 등 순이다. 한전은 통상 싼 발전기부터 전력을 구매하는데 전력난이 가중돼 비싼 발전기까지 돌리게 될 경우, 예컨대 디젤발전기를 가동해야 할 상황이 되면 LNG발전소에서 나오는 전력조차 디젤발전기 전력가격으로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행 계통한계가격(SMP) 제도이다.
한전은 이 같은 현행 구매제도가 민간발전사들에게 폭리를 보장해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발전소들은 주로 LNG발전소들인데, 요즘처럼 전력난이 심화될 경우 디젤발전기 전력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민간발전소들만 배를 불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력사정이 나빴던 지난해 3분기까지 GS그룹 계열인 GS EPS의 영업이익률은 12.6%에 달했고, SK그룹 계열 SK E&S는 무려 65.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새롭게 정산상한가격제를 도입, 매달 비용평가위원회가 정한 한국가스공사의 LNG 발전 열량단가를 반영해 상한가격을 정하도록 했다. SMP가 상한가격을 넘어서면 생산원가가 상한가 이하인 발전기에 대해선 상한가격을 지급하고, 생산원가가 더 높은 발전기에 대해선 연료비만을 보상해 주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민간 발전사들의 이익 폭이 지금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이 전력거래소 실무협의회를 통과하자, 민간발전사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미 관련부처에 이 제도도입의 부당성을 알리는 탄원서를 제출한데 이어 29일에는 민간 발전사 5곳이 대책회의를 갖고 전력거래소에 이의 신청을 내기로 했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높은 수익은 원전고장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인데, 이를 규제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우리는 공기업이 아니라 민간기업이다. 민간기업의 이윤을 강제로 제한하려는 건 발전업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측 입장은 완강하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기가 모자랄수록 민간발전사들이 돈을 더 버는 게 현재의 SMP 구조인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만약 새 제도가 도입돼 한전이 구매비용을 절약하게 되면 다음 번 전기요금 인상 시에 이런 요인들을 당연히 반영할 것”이라고 민간발전사들을 압박했다.
가격상한제가 도입되려면 31일 규칙개정위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지식경제부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 민간발전사들의 반발이 워낙 커 이 과정에서 상당한 격론과 난항이 예상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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