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블랙 블록'으로 부르는 검은 복면의 젊은이들이 시민혁명 2주년을 기점으로 다시 불거진 이집트 반정부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시위대를 공격한 이슬람 교도들과 경찰에 대한 보복으로 폭력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이집트 정국에 새 돌발변수가 되고 있다.
블랙 블록은 24일 반정부 시위 이후 닷새째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2년 전 시민혁명으로 호스니 무바라크의 30년 철권통치가 끝난 직후 새로 출범한 무함마드 무르시 현 대통령 통치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옹호자를 자처한다. 그러나 무르시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 출신 관리들은 블랙 블록이 대통령궁 방화를 시도하고 무슬림형제단 사무실과 관공서를 공격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이집트의 대학 졸업생인 셰리프 엘 셰라피는 28일 알제리 일간 엘와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블랙 블록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초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이 대통령궁 밖에서 농성하던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한 것을 기점으로 블랙 블록이 조직됐다고 밝혔다. 그는 블랙 블록이 회원만 1만명이며, 약 20명이 한 조로 최루가스 대처법과 자기방어 훈련을 받았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블랙 블록이 유럽과 미국에서 반자본주의 과격시위를 주도하는 동명의 단체를 본떠서 조직됐을 뿐 정체는 불분명하다고 29일 보도했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상인들이 젊은이들에게 검은 복면을 팔고 있어 회원과 일반인의 구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인권운동가인 호삼 엘 하말라위는 "블랙 블록 때문에 시위가 폭력으로 오염되고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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