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국의 병원 및 의원 의사 266명에게 2년여 동안 4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모 제약업체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법인과 임직원 15명을 입건했다. 의사들에게 신용카드를 건네는 수법으로 자사 제품의 처방량을 늘렸고, 의사들은 별 죄의식도 없이 받은 신용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인데, 뿌리 깊은 불법 리베이트의 관행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불법 리베이트 관행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암ㆍ뇌혈관ㆍ심혈관ㆍ희귀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의 100% 국가 보장 관련 소요예산을 어느 기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새누리당 측은 소요 재정 규모를 연간 1조 5,000억원 정도로 예측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연간 2조~3조원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정책토론회에서 연평균 5조 4,5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계를 제시했다.
왜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까? 가장 큰 원인으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및 불법 리베이트 등 국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용의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는 법으로 정해진 것이 있고, 법적 테두리 밖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임의로 사용하고 있는 임의비급여가 있다. 물론, 작년 6월 건강보험 항목에 없는 치료를 하고 진료비를 전액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임의비급여 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즉, 진료의 시급성, 의약학적 안전성 및 필요성이 있고, 이에 대하여 환자의 동의하에 시행한 경우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판결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임의비급여 실시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내역 보고 및 평가 등을 통하여 임의비급여 진료가 남용되지 않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 보완 역시 덧붙여 판시하였다.
따라서, 지금까지 사실상 아무런 규제 없이 지속적으로 실시되어온 임의비급여 진료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살려 그 실시의 절차와 방법 등에 관한 법령정비가 시급하다. 임의비급여 관리체계만 제대로 정비하더라도 환자생명 보호는 물론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줄임으로써 실질적인 의료보장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연간 건강보험 재정누수규모 추정액은 최소 2,920억원에서 최대 5,010억원으로 조사됐다는 것은 국민의료비의 합리적 지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민영개인실손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보험관리는 보험자별로 하더라도, 의료와 관련된 정보가 공유되고 이를 통합하여 관리하는 체계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서비스와 의료비용에 대한 중복과 낭비여부 등을 파악하고, 그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능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의료비 심사 및 평가 업무를 보다 정교화하고 확장하던지 새로운 형태의 국민의료비관리 전담기구의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관리기구는 기존의 심사평가역량을 한층 강화시키고 의료비용을 건강보험체계가 아닌 국민의료비용체계에서 검토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정된 재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하여 예산집행의 효과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국가나 개인의 부담을 적정하게 꾸려나가면 국민이 보장받을 수 있는 진료의 영역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다. 합리적이고 전문성이 뒷받침되는 국민 의료비관리 전담기구의 필요성은 이러한 이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박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의 100% 국가 보장 공약 실천의 기초가 될 수 있으며, 국민의 의료비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실천적인 대안도 될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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